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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미녀는 괴로워 (VOD)

조선일보 기자I 2006.12.15 12:01:00

95㎏서 48㎏로 변한 김아중의 좌충우돌
성형수술 소재로 웃음과 눈물 급소 짚어

[조선일보 제공] 김용화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미녀는 괴로워’(14일 개봉)는 웃음과 눈물의 급소를 제대로 짚고 있다. 성형수술을 소재로 한 이 경쾌한 상업영화는 배꼽을 잡게 하는 에피소드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드라마로 관객의 두 시간을 쥐락펴락한다.

한나(김아중)는 선 자세에서 자기 발이 보이지 않는 ‘뚱녀’. 원작만화(스즈키 유미코 作)에서는 ‘세균’이라고까지 스스로를 비하할 만큼, 자아 존중감이 부족하다. 족탈불급(足脫不及)의 가창력을 가지고 있지만, 버거운 외모 탓에 대중 앞에 나서는 꿈만 꿀 뿐. 재능은 없고 미모만 있는 아미(서윤)의 립싱크 가수로 그림자 인생을 산다.

그뿐이랴. 정신병원에 있는 아빠(임현식)의 병원비를 대려고 밤에는 음란전화 아르바이트도 불사한다. 언감생심, 소속사 프로듀서 상준(주진모)을 짝사랑하던 한나는 급기야 전신성형수술을 결심한다.

자신의 고객이던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이한위)을 협박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뜯어고치는 것. 붕대를 풀던 날, 의사의 첫 마디는 “누구냐, 넌”.




데뷔작 ‘오! 부라더스’에서 따뜻한 코미디에 재능을 보여줬던 김용화 감독은 자신의 장점을 이번에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성형 이전 ‘뚱보 한나’와 성형 이후 ‘미녀 한나’를 경쾌한 리듬으로 비교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나의 노력에도 잊지 않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라텍스 특수 분장을 통한 95㎏의 거구로 변신한 김아중은 표현 그대로 온몸을 던지면서 애교 있는 발성과 연기를 보여준다. 수술을 통해 48㎏의 S라인으로 탈바꿈한 뒤 첫 방송출연 무대에서 열창하는 한나의 장면은 상업영화 카타르시스의 한 정점이라고 생각될 정도.

또 유난히 잦은 클로즈업이 끄덕거려질 만큼 매력적인 주진모는, 최소한 이 겨울 동안에는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성형은 옳지 않아”식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말을 맺는 대부분의 대중 영화와 달리, ‘미녀는 괴로워’는 열린 결말로 상투성을 벗어난다. 미모 자체가 이미 자본의 일부가 되어버린 한국 사회의 현실이 영화 한 편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수많은 여성들의 울분 해소나 대리만족을 주기에는 큰 부족함이 없을 듯.


▲영화 `미녀는 괴로워`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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