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독자 생존의 길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품질을 앞세운 미국을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등에 업고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틈새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3 세계 시장에 기회가 있다며 한국형 AI 애플리케이션과 솔루션 등을 수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영국 AI안전연구소는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미·중의 기술 격차가 1년 전 6~10개월에서 현재 4개월까지 좁혀졌다고 최근 분석했다. 이 분석이 보여주듯 미국 따라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의 집념과 저력은 수없이 확인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7일 상하이에서 개막한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를 통해 역대 최대인 1100여 기업의 약 3000개 제품을 공개하고 최첨단 기술력을 선보였다. 세계 최초 3조파라미터(매개변수)급 오픈 소스 모델 ‘키미 K3’로 미국 기업들을 긴장시킨 것을 비롯, 피지컬 AI와 AI 칩, 대규모 언어모델 등에서 뛰어난 경쟁력으로 주목받았다. “중국이 AI에서 세계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중국의 AI 패권 꿈은 외교에서도 돋보인다. 중국은 WAIC 직전 러시아, 브라질 등 총 29개국이 참가한 국제인공지능협력기구(WAICO)출범을 성사시켰다. 이 기구는 AI 협력과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가 목표지만 AI 기술과 국제 규범 관련 미·중 경쟁에서 중국이 각국에 영향력 확대를 꾀한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빅테크들이 제안한 미국 주도의 국제 협력 체계 구성을 앞지른 데다 신흥국 상당수가 참가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막강한 인프라와 자본을 갖춘 미국의 선점 공세와 중국의 범국가적 추격 경쟁이 뒤엉킨 AI 패권 싸움에서 한국의 설 자리는 좁다. 그러나 협업이든 독자 영역 개척이든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넓히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한국 경제의 새 활로로 ‘지능수출’을 제시한 주장도 있듯 반도체 강국의 저력이 지능수출 강국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민간이 힘을 모아야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금물이지만 미리 포기해도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