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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만에 SG사태 '악몽' 재연…초기 대응은 달랐다

이용성 기자I 2023.06.18 14:19:20

6시간 만에 금융당국 등 긴급 회의
거래 정지로 ''하따'' 투자자 사라져
증권사 들도 신용거래 중단 조치
"정부 당국, 사전 대처로 되풀이 막아야"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지난 4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이어 최근 5개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대응이 두 달 만에 달라졌다. SG증권발 사태 당시에는 8개 종목이 나흘 가까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지만, 이번 ‘투자 카페’ 하한가 사태는 하루 만에 폭락한 종목들에 대한 거래를 정지하며 추가 피해를 막았기 때문이다. 조사와 수사에 착수하는 것도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김주현(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투자 카페 하한가’ 사태, 하루 만에 거래 정지…추가 피해 막아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 카페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즉시 긴급회의를 열고, 폭락 6시간 만에 만호제강(001080), 방림(003610), 동일산업(004890), 동일금속(109860), 대한방직(001070) 등 5개 종목에 대한 거래를 선제적으로 정지했다. 그러면서 불공정 거래 풍문 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금감원은 수사 공조를 위해 서울 남부지검에 패스트트랙으로 해당 사건을 넘겼다. 남부지검은 이 사건을 금융증권범죄합수부로 배당하고, 이후 금융·증권범죄 수사과로 수사지휘를 했다. 남부지검은 투자 카페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운영자 강모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압수수색까지 하루 만에 수사가 진행됐다.

앞서 SG사태 발생 당시 합동수사팀까지 구성하는 데는 나흘이 걸렸다. SG사태 주가조작의 핵심 주범으로 꼽히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열흘 만에 이뤄졌다. 주가가 폭락한 8개 종목에 대해선 거래정지가 이뤄지지 않아 나흘 가까이 폭락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에 불안감을 더했다.

게다가 ‘하따’ 투자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하따’란 하한가 따라잡기의 줄임말로 낙폭이 커진 종목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고, 기술적 반등을 노리는 단기 매매를 의미한다. 주가 폭락 이후 하한가를 기록하는 사흘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삼천리(004690)를 771억원을 순매수하고, 서울가스(017390)선광(003100), 대성홀딩스(016710)는 각각 307억원, 270억원, 297억원을 사들였다. 하림지주(003380)다우데이타(032190), 세방(004360), 다올투자증권(030210)고 수백억씩 담았다. 이후 주가는 더욱 하락하면서 추가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 발빠른 대처에 ‘긍정’ 평가…‘사전 대응’ 과제는 남아

금융당국이 투자 카페 하한가 사태에 대해 발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함에 따라 시장의 불안요소를 잠재웠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평이다. 금융 당국의 대처가 두 달 만에 달라진 것은 거래 감시 시스템이 이미 가동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까지 가동하겠다는 비상대응체계가 작동한 셈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주요 사건에 대해서 공동 조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하겠다”며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 의심되는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에서 “해당 종목과 해당 사안은 꽤 오래전부터 챙겨왔던 건이라 신속하게 거래 정지를 할 수 있었다”며 “수사와 조사 진행 중이라 빠르게 국민께 결과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SG사태로 뭇매를 맞은 증권사들의 신속한 대처도 추가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됐다. 증권사들은 앞서 만호제강 등 5개 종목에 대해 선제적으로 신용거래 중단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특별한 이슈가 없음에도 주가가 계속 오름세를 나타낸다는 것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SG사태가 발생한 후 지난 4월 말부터 5개 종목에 대한 신용거래 중단 조치를 했다.

이에 따라 이번 투자 카페 하한가 사태의 5개 종목의 신용융자비율은 SG사태 때의 8개 종목보다 비교적 낮았다. SG사태가 터진 지난 4월 24일 기준 다올투자증권은 14.77%, 세방은 12.16%, 다우데이타 10.89% 삼천리 10.64% 등 대체로 10%를 웃돌았다. 반면, 이번 5개 종목의 경우 지난 14일 기준 대한방직은 6.99%, 동일산업 3.98%, 동일금속 5.72%, 방림 5.09%, 만호제강 1.69%로 낮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당국의 대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주가조작 등을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SG사태를 계기로 여론과 언론 보도로 주가조작에 대한 관심이 올라갔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한 대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조작이라든가 불공정 거래가 사실상 어렵다는 시그널을 줘서 일련의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가가 폭락한 후 사후 대처가 아닌 금융당국에서 사전에 촘촘하게 감시를 하는 시스템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정부가 적극 나서서 주가조작 행위에 대해서 엄벌에 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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