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가격에 요기요를 인수한데다 전략적 투자자(SI) 유치 등 중장기 성장 플랜에 안전장치를 마련한 상황에서 요기요 인수가 M&A(인수합병) 시장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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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21년 8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8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16.8%(2조272억원) 증가한 15조769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역대 최고치였던 7월과 비교하면 2.6%(4176억원)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주목할 점은 배달음식 서비스의 두드러진 성장세다. 8월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조4192억원으로 전년 대비 44.3%(7425억원) 증가했다. 종전 최대치인 지난 7월(2조3778억원) 거래량을 한 달 만에 넘어섰다. 월간 거래액으로는 2017년 관련 데이터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주요 업종으로 꼽히는 식음료품(30.8%·5049억원)과 농축수산물(32.5%·1657억원) 증가량을 모두 넘어선 수치다. 다시 말하면 가정에서 식음료품을 구매한 수요보다 직접 음식을 배달한 수요가 5배 가까이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외부 활동 제한이 여전하고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가 열린 점을 감안하더라도 월 2조4000억원 넘는 거래량을 보인 것은 유의미하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배달음식 거래량 신기록을 쓴 지난 8월 배달앱 서비스 사업자 2위인 요기요는 GS리테일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 퍼미라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이들 컨소시엄은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100%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가격에 더해 2000억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포함하면 총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전략적 투자자(SI)인 GS리테일이 요기요에 투자한 금액은 총 300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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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컨소시엄이 요기요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시장 평가는 엇갈렸다. 쉽게 말해 ‘인수에 들어간 1조원도 과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시장이 안정적인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냐는 점,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등 경쟁업체들의 득세도 원인이었다.
인수 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기요 매각 소식이 처음 전해진 올해 초 전망하던 2조원과 비교해 50% 넘는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합리적인 가격 책정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9년 DH가 배달의 민족 인수 때 지출한 4조8000억원의 21% 수준에 요기요를 품었다는 점에서 밸류 책정이 온당했다는 평가다.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 구조를 짰다는 점도 ‘승자의 저주’ 리스크를 덜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단독 인수에 따른 부담을 차단하는 한편 대기업인 GS리테일을 새 주인 리스트에 올리면서 중장기 발전 계획에 대한 포석도 마련했다.
이는 다시 팔아 수익을 올려야 하는 PEF 운용사 특성상 재매각 때 유리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40%의 유의한 지분을 확보한 주요 투자자 입장에서 향후 경영 활동을 통해 인수 의지를 굳혔을 경우 PEF 운용사로부터 잔여 지분만 사면 되다 보니 엑시트(자금회수) 면에서 한결 수월할 수 있다. GS리테일 입장에서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퀵커머스(즉시 배송 서비스) 강화를 위해 요기요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에서 또 다른 카드를 쥔 셈이다.
배달 서비스 시장이 꾸준히 커가는 상황에서 요기요 인수가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신의 한 수’가 될 지도 관심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유지나 증가도 중요하지만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달음식 수요 증가를 견인한 것이 2만원 이상의 배달음식을 4회 주문하면 1만원을 환급해주는 ‘비대면 외식쿠폰’ 이벤트라고 보는데 이 이벤트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이란 보장을 할 수 없다”며 “최근 쿠팡이츠 등 경쟁자들의 마케팅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자본을 동원한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