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도 보호자 없이 토플 응시 가능…공정위, 어학시험 약관 시정명령

조진영 기자I 2019.03.10 13:01:54

"관리 책임, 시험주관 사업자에 있어"
"시험점수 무효화 기준 명시해야"

이태휘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장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4개 영어시험주관 사업자들이 사용하는 약관을 심사해 응시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4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하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시험장에 보호자를 동행하지 않을 경우 시험을 치를 수 없게한 토플시험 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어학시험 기관의 일방적인 재시험이나 불공정한 환불 약관도 시정하라고 했다.

공정위는 10일 토플(TOEFL), 토익(TOEIC), 텝스(TEPS), 지텔프(G-TELP) 등 영어시험을 주관하는 사업자의 시험 약관을 심사한 결과 응시자에게 부당한 4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하라고 했다. 공정위가 지목한 불공정 약관은 △15세 이하 응시자에 대한 보호자 동반 강제 △시험 취소에 따른 자의적 환불 결정 △성적통보 보류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재시험 응시 기준 △과도하게 제한적인 재시험 연기 기준 등이다.

토플은 그동안 15세 이상 응시자가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거나 보호자가 시험 시간동안 시험장 내에 머무르지 않으면 성적을 무효화했다. 응시료도 환불하지 않았다. 시험 주관기관인 미국교육평가원은 응시자의 안전을 위해 보호자 동반과 시험장 상주를 도입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응시자의 나이에 관계없이 관리책임이 시험을 주관하는 사업자에게 있다고 봤다.

토플은 시험을 치르고도 악천후 등으로 시험점수가 취소될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재시험 여부나 환불 여부를 결정해왔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상당한 이유없이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조항으로 응시자에게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시정명령에 따라 토플은 보호자 동반, 상주 조건을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으로 변경했다. 점수 무효화와 응시료 환불 불가 조항도 삭제했다. 공정위는 점수가 어떤 경우에 취소되고, 취소된 경우 재시험을 볼 수 있는지 혹은 환불을 받을 수 있는지 사전에 구체적인 기준과 사유를 명시하라고 했다.

공정위는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많이 치르는 토익의 불합리한 조항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토익은 응시자가 부정행위 의심을 받아 성적통보 보류자로 분류받을 경우 6주 내에 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경우 군 복무나 해외 연수에 한해 2주 이내 연기가 가능했다. 그러나 재시험 연기 사유를 제한하는 것은 응시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는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토익 주관사인 YBM은 해당 단서 조항을 삭제했다.

텝스와 지텔프는 부정행위 의심자에게 2주 내 1회의 재시험에 응시하여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라고 하고 있다. 공정위는 응시자에게 시간적, 정신적 부담을 지나치게 주고 소명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는 부당한 조항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해당 시험 주관 기관들은 재시험 응시기간을 2주에서 6주로 확대했다. 1회의 추가 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이번 시정으로 응시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피해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수의 피해가 예상되는 교육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시정해 소비자 권익증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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