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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절하' 中 환율조작 낙인 찍히나…韓 불똥 튈라(종합)

김정남 기자I 2018.10.09 13:21:41

中 위안화 가치 올해 내내 하락세
中, 6거래일째 위안화 가치 내려
美 환율보고서 발간 코 앞 다가와
"中, 환율조작국 지정될라" 긴장감
''中 동조화 경향'' 韓시장 불똥 우려

올해 3월 이후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 추이다. 올해 내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와 비교해 하락했다는 뜻이다. 출처=마켓포인트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구조적인 이유든 실제 조작이 있었든, 중국 위안화 가치가 낮아진다면 그건 환율 조작이다.” (올해 8월28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위안화 가치가 거의 두 달 만에 최저치 급락하면서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통화완화 정책을 펴면서 위안화 반등이 더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中 위안화 가치 올해 내내 하락세

9일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거래일 대비 0.09% 올린 6.9019위안에 고시했다. 달러·위안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와 비교해 하락했다는 뜻이다. 인민은행은 6거래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내렸다.

역외시장에서도 위안화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6.9228위안에 마감했다. 8월15일(6.9451위안)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긴 시계로 보면 올해 내내 오름세를 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 재무부가 이번달 중순께 환율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낙인’ 찍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매해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미국이 원한다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있다. 교역촉진법(2015년 제정) 대신 종합무역법(1988년 제정)을 활용하는 경우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 △유의미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 등 두 가지 중 한 가지 조건만 충족해도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위안화 절하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내려 수출기업에 부당한 이익을 주고 있고, 그 때문에 미국 기업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한 인터뷰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공식(formula)을 매우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간부도 간밤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중국의 통화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최근 하락세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일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환율조작국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본다. 게다가 인민은행은 최근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며 위안화 약세 압력을 키웠다. 이번 조치로 약 7500억위안(123조원)의 유동성 공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지준율 인하를 단행한 건 약(弱)위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율조작국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과거보다 확실히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환율보고서 발간을 책임지는 재무부의 스티븐 므누신 장관.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간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중국의 통화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최근의 하락세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中 동조화 경향’ 韓시장 불똥 튈라

문제는 우리나라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전 환율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오른 6개 국가 중 유럽과 인도 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이 남는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함께 우리나라도 함께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중국만 이름을 올리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외환시장이 혼란에 휩싸일 수 있는 탓이다. 원화는 그동안 위안화와 동조화 경향을 보여왔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위안화와 원화가 일시에 동반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정책당국 고위인사는 “우리 경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미국보다 중국”이라며 “최근 중국 증시 폭락과 위안화 약세가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인한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흔들릴 경우 웬만한 신흥국 대부분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고, 그 후폭풍이 우리 경제에도 닥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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