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항공모함이 남중국해에 동시에 진입했다. 양국의 항공 전단이 남중국해에 함께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역전쟁으로 대치 중인 미중 간의 신경전이 이제 군사 대치로 연결되는 양상이다.
8일 홍콩 동방일보는 미국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 함(CVN-71)을 기함으로 하는 제9 항모강습단(CSG9)이 6일부터 전날까지 이틀간 남중국해 남부 해역에서 싱가포르 해군과 함께 합동 군사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루스벨트 함은 이지스 순양함 벙커힐(CV-17) 및 미사일 구축함 샘슨(DDG-102)과 함께 전단을 구성했고 싱가포르 해군에서는 호위함 등이 참여했다. 앞서 루스벨트 함은 지난해 11월 동해에서 항모 로널드 레이건 함(CVN-76)과 니미츠 함(CVN-68), 한국 해군 함정들과 함께 대규모 연합훈련을 해 북한에 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항행의 자유’ 중 한 부분으로 보이는 이번 훈련에서 미국과 싱가포르 해군은 함포 사격, 방공 훈련, 항공기 이착륙 등 실전과 맞먹는 훈련을 펼치고 있다.
중국도 물론 ‘항행의 자유’에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국은 이 일대 섬에 군사 시설을 건설하고 비행 훈련을 강화하는 등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기술로 만든 항모 랴오닝함을 동원해 5일부터 하이난 해역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40여 척의 군함을 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전개하면서 ‘훙(轟)-6K’ 전략 폭격기 12대까지 남중국해로 출격시켜 무력을 과시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함과 랴오닝함이 모두 남중국해에 진입하며 미중간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항모 전단이 남중국해에 동시에 진입한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간의 감정 악화가 군사대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군사 전문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초 취임한 후 ‘항행의 자유’ 작전을 부쩍 늘렸는데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양국 항모의 남중국해 동시 진입으로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양국이 가장 격렬하게 맞서는 것은 통상 분야다. 관세 폭탄을 주고받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며 화학제품, 금속, 산업기술, 운송, 의료용 제품 등의 분야에서 1300여 개 세부 품목에 모두 500억 달러(약 54조원) 상당의 과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중국은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비행기 등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중국에 1000억달러 상당의 추가 관세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양국은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양국은 대만 문제를 두고도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오는 9일 취임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를 대만에 파견했다. 지난달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고위급 관료가 교류할 수 있는 ‘대만여행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중국은 미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라고 맞서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친 대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을 이어가자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으름장을 놓으며 미국을 견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미·중간 무역전쟁 형세가 빠르게 심각해지는 가운데 양국 모두 ‘전시동원’ 중”이라며 “물러설 수 없다는 위기감과 국가 이익을 수호하겠다는 단호함이 중국 전체 사회를 단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