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은 OECD 평균 23.7명보다 30% 이상이 높은 수준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1000명당 31.7명이 항생제를 처방받고 있다.
항생제(antibiotics)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대사산물로 소량으로 다른 미생물의 발육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물질로, 미국의 학자가 처음 만들어낸 단어다. 항암제, 면역억제제 등도 미생물에서 유래한 것이 많아 항생제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항생제 처방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 등 급성상기도 감염은 항생제가 필요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종종 항생제를 처방한다. 감기 등 급성상기도 감염의 항생제 처방은 최근 5년간 43~45%를 웃돌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증상으로 병원을 찾을 때 약의 효과가 분명하고 확실할 것, 신속할 것을 원한다. 이러한 기대심리에 부응하기 위해 항생제 뿐 아니라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 소염제, 항암제 등 온갖 합성약을 처방하게 된다.
원인이나 근본 치료 방법을 알지 못하고 단순히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은 위험하다. 항생제로 불편함을 잠시나마 넘길 수는 있지만 병의 치료는 힘들게 된다. 결론적으로는 악화의 길로 갈 수 있다. 일시적인 응급상황만 치료를 할 수 있다면 그 치료는 잘못된 치료이다. 잘못된 치료는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 항생제를 입에 달고 살게 되고 평생 약의 노예로 살게 될 수 있다. 약이 약을 부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최근 이러한 겉 핥기 식 처방의 문제점을 인지한 보건당국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항생제 적정사용에 따른 가감 지급사업’ 내용에 따르면, 내년부터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기관의 외래관리료 비용은 현행보다 최대 5배 가산돼 지급된다. 반면 처방률이 높은 기관의 외래관리료 비용은 줄어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업을 통해 항생제 처방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편강한의원 서효석 원장은 미국 에포크 타임스에 발표한 칼럼에서 항생제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바이러스 하나가 나타날 때마다 그에 맞는 항생제, 소염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도 모르면서 무분별하게 화학약을 처방하게 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야 한다”며 “내 병을 내 몸이 고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몸의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높이면 합성약을 먹지 않고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