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심리는 즉각 시장에 반영됐다. 이탈리아는 물론 그동안 잠시 조용했던 스페인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다. 이 와중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크레디트스위스 등급강등을 경고하는 등 위기의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 신임 총리 등장했지만..불안한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물러나며 잠시 환호했던 이탈리아 금융 시장은 또 다시 불신의 불길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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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재무부는 30억유로 규모 5년만기 국채를 발행했다. 문제는 낙찰금리가 14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 시장이 몬티 정부를 크게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인 국채 수요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날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6.76%까지 뒤면서 지난 11일 종가보다 27베이시스포인트(bp) 급등했다.
존 스톱포드 인베스텍 채권투자부문 대표는 "새로운 정부 출범은 긍정적이지만 이탈리아가 경쟁력을 회복하기까지는 수 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이탈리아를 둘러싼 전망은 여전히 너무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불안한 투심은 그동안 잠시 조용했던 스페인까지 흔들었다. 이날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6%를 넘어섰다.
◇ 伊 위기 장기화 우려에 금융권 `벌벌`
이탈리아가 태풍의 눈으로 자리하면서 유로존 금융권 역시 불안한 모습이다. 유로존 은행권은 그리스 국채보다 더 많은 규모의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탈리아가 지속적으로 흔들리면 그 영향이 유럽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
이날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는 75억유로 규모 유상 증자에 나서는 한편 62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유로존 금융권에 우려를 증폭시켰다. 게다가 그리스 여파로 3분기 104억유로의 순손실을 냈다는 저조한 성적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S)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 중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분기 투자은행과 자산운용 사업부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는 것이 이유다.
그리스 국채로 한 번 타격을 입은 유로존 대형 은행들은 이탈리아 국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빠른 속도로 줄여가고 있는 상태다. BNP파리바는 이탈리아 국채 보유분을 기존 208억유로에서 3분기에만 절반에 가까운 122억유로까지 줄였다. 도이체방크 역시 상반기에만 이탈리아 보유 국채를 88%나 줄였다.
◇ 누가 위기 해법 구세주 될까
좀처럼 풀리지 않는 유로존 문제에도 ECB는 유로존 문제 해결에 있어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이날 ECB는 지난주 45억유로의 국채를 매입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주보다 오히려 절반 가량 줄어든 규모다.
위기 속 ECB 역할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이를 의식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전날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ECB는 최후의 대부자가 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유럽 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커지면서 아시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마침 이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가 유로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러한 의견에 힘을 보탰다.
라잣 나그 ABD 부총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인도는 아시아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 해결을 도울 준비가 돼있다"면서 "아시아의 재정적 지원과 유럽의 리더십과 자원이 융합된다면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를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