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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잘될까?".. 車 SoC 개발 로드맵 만든다

김현아 기자I 2011.06.21 10:15:28

2009년 차반도체 프로젝트, 삼성전자와 융합 실패
융합 신기술 수요에 대한 로드맵 우선돼야
큐알티반도체 등 기존 중소기업과도 상생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가 자동차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장부품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SoC(시스템온칩) 개발 로드맵을 만들고 있어 성공여부가 주목된다.

2009년 지식경제부는 민관 매칭 펀드로 200억원(정부지원 100억원)을 투자해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에 나섰지만, 삼성전자와의 융합시너지는 거의 없고 현대차(005380) 자회사인 현대모비스(012330)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8월경 발표될 'SoC 소프트웨어 동반성장 전략'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융합 신기술 수요에 대한 철저한 로드맵과 함께 큐알티반도체 등 관련 중소기업과의 상생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자동차, 모바일, 스마트가전, 에너지 분야서 SoC 융합과제 진행

이 과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총괄기관으로 해서 소프트웨어분과, 반도체 분과, 융합분과, 인력양성분과, 해외사례분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동차와 모바일, 스마트가전, 에너지 등 4개 분야에서 요구되는 IT시스템과 반도체를 결합한 신기술을 개발하자는 취지. 마이크로프로세서, DSP, 메모리, 임베디드 S/W 등을 하나의 칩에 집적시켜 칩 자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융합과제 총괄책임인 ETRI 마평수 임베디드 S/W 연구부장은 "지금까지 왜 IT융합과제가 잘 안됐는지, 인력부족 때문인지 연구개발(R&D) 체계에 따른 문제인지 등을 검토해 필요한 과제를 제안하게 된다"면서 "국내 대표산업인 자동차에 SoC를 적용하려면 어떤 기술이 있어야 하는지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업계와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 부장은 융합기술 수요에 대한 로드맵을 만드는 일과 함께 인식의 차이가 융합과제를 이끄는 어려움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테면 S/W융합과에서도 자동차를 다루고, 자동차과에서도 IT를 다루는데 어떻게 차별화할지 등이 숙제"라면서 "인력양성의 경우만 봐도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도면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IT를 가르치는 게 낫다고 보고, IT 회사들은 IT나 모바일을 아는 사람이 차를 배우는 게 낫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SoC 소프트웨어 동반성장 전략' 프로젝트는 지경부 소프트웨어융합과, 반도체디스플레이과 등이 함께 추진중이며, 장관 보고와 대통령 보고를 거쳐 공식발표될 예정이다.  

◇ 2008년 프로젝트 사실상 실패..자동차 국산 SoC 채택율 2%에 불과

지경부는 2009년 차량용 반도체를 국산화하는 데 100억원을 지원했다. 당시는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제휴로 소개됐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설계는 씨엔에스테크놀러지가 개발 총괄은 현대차 자회사인 현대모비스가 맡았다.

마 부장은 "모바일이나 스마트가전쪽은 국산 SoC 채택율이 20~30%는 되는데, 자동차는 2%에 불과하다"면서 "(삼성전자가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이유는) SoC를 만들면 현대차 뿐 아니라 전세계 자동차 업체에 팔아야 하는데, 그 부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강홍렬 박사는 "차량용 반도체는 완성차 업체가 그리는 미래 자동차에 대한 스펙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현재 기술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미래 어느 시점의 신기술 수요를 예측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 융합 신기술 개발시 중소기업 역할 보장돼야
 
자동차 등 융합 SoC 개발에 있어 중소·중견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강홍렬 박사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SoC 개발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라면서 "개발이후 차량용 반도체 신뢰성 검증 테스트를 수없이 해야 하는 데 이 때 대기업의 유연성으로는 전부 감당하기 여러운 영역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2012년 말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용인 마북에 있는 기술연구소내에 '전장연구소'를 만들고 있다. 공사비만 600억원이 책정됐으며, 연구설비까지 합치면 투자액이 더 늘어날 전망. 현대모비스가 전장연구소에 투자에 나서는 것은 ▲친환경 전자장비 기술 ▲정보기술 컨버전스부품 ▲핵심부품 지능형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2020년 글로벌 톱 5'로 간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는 이와 관련, 차량용 반도체 신뢰성 인증테스트 전문업체인 큐알티반도체에 기술협력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테스트랩의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어 큐알티반도체외에도 현대차나 현대모비스 등이 직접 테스트랩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배터리 분야의 LH그린파워 같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해 현대모비스는 LG화학과 LH그린파워라는 친환경 배터리팩 회사를 만들었는데, 이는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팩을 만드는 것으로 LG화학입장에서는 직접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영역을 빼앗긴 셈이라는 설명이다.
 
강홍렬 박사는 "차량용 반도체 특정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과제 지원보다는 테스트랩 같은 인프라 구축이 중요할 수 있는데, 이 때 기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모조리 빼앗는 방식보다는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공정사회 취지에도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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