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역시 그린스펀의 영향력은 컸다. 11일 뉴욕 주식시장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을 도약대 삼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1만700선을 상향돌파했고 나스닥은 2090선에 육박, 2001년 6월 이후 2년반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그린스펀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증언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특히 달러화의 점진적 하락이 미국 경상수지 적자 축소와 경제성장의 원동력임을 강조해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했다. 이는 부시를 선호하는 월가 금융기관들을 크게 안심시킨 것으로 풀이되며 향후 주식시장에도 매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가 고평가 논란, 1월 효과 부진 등으로 최근 힘없는 행보를 거듭했던 미국 주식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 미국 증시의 최대 변수는 금리 인상 시점인데 그린스펀이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힘에 따라 이같은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의미다.
대니얼 세이켈포드 T로웨프라이스그룹의 펀드매니저는 "그린스펀이 정책 변경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그의 증언은 `강세장으로의 초대장`"이라고 평가했다.
PNC파이낸셜서비스의 제프 클라인탑 스트래티지스트도 "연준리가 물가에 대해 별로 우려하고 있지 않다"며 "연준리가 앞으로도 오랜동안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은 주식시장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주식시장 상승을 점칠 수 있는 또다른 재료는 바로 인수합병(M&A)이다. 전일 증시 상승의 주 요리가 그린스펀이었다면 컴캐스트의 디즈니 인수 선언은 맛깔스런 디저트였다. 인수합병이 전해진 후 전일 디즈니 주가는 10% 이상 오른 바 있다.
더욱 기대되는 점은 컴캐스트의 디즈니 인수를 시발로 경쟁 미디어 회사들의 인수합병 움직임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뉴스코프, 타임워너, 비아콤, 비방디유니버설 등 기타 거대 미디어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다른 업종에서도 인수합병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통신업계는 M&A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영국 보다폰이 미국 3위의 이통업체인 AT&T와이어리스와 모기업 버라이존을 통째로 인수하겠다고 밝혔고 싱귤러, 넥스텔, NTT도코모 등도 AT&T와이어리스 인수전에 뛰어들어 후끈한 열기를 내뿜고 있다.
조정론이 완전히 수그러든 것은 아니다. 그린스펀의 발언을 걱정이 누그러지긴 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금리인상에 민감하다. 그린스펀 역시 "저금리를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고용지표 개선도 기대만큼 뜨겁지 않고 이번주 후반 발표될 1월 소매판매와 미시간 대학의 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저조할 경우 투자심리는 또다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다만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재도약의 발판 수실을 할 것이란 의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메릴린치 수석 애널리스트 리처드 맥케이브는 "2~3월에 미국 증시가 10% 하락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재상승의 기회"라며 "오히려 증시가 조정없이 봄까지 계속 오른다면 연말까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밍턴트러스트의 매튜 브라운 애널리스트역시 "감세 효과가 사라지고 금리가 상승하기 전인 올 상반기에는 증시가 우호적일 것"이라며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세금 환급, 기업 수익 개선, 저금리 등 거시경제 전반이 증시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