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홍콩이 중국 본토 부자들의 해외 자산관리 창구로서 누려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홍콩은 과거 중국 본토 부자들의 자산을 빨아들이며 아시아 최대 자산관리 시장으로 몸집을 키워와 지난해 스위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역외 자산관리 허브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자본유출 단속을 강화하면서 홍콩 금융사들의 본토 부자 고객 영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무허가 역외 주식거래부터 투자계좌, 보험상품까지 규제망에 들어오며 ‘동방의 스위스’라는 홍콩의 위상도 시험대에 섰다.
|
최근 중국과 홍콩 금융당국은 본토 자금의 역외 투자 우회로를 잇달아 조이고 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와 인민은행 등 8개 부처는 지난 5월 불법 역외 증권·선물·펀드 영업에 대한 2년 집중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 내 인가를 받지 않은 해외 금융사가 본토 투자자를 상대로 계좌 개설, 주문 접수, 거래 지시 처리, 자금 이체, 투자자 모집을 하는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증감회는 이어 같은달 푸투, 타이거브로커스, 롱브리지 등 해외 온라인 브로커가 본토에서 허가 없이 해외 증권거래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제재 방침을 밝혔다.
해외 주식을 직접 사지 않고 파생상품 계약으로 투자 효과를 내던 방식도 당국의 관리 대상에 올랐다. 과거 본토 투자자들은 일부 증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해외 주식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을 주고받아 왔다. 그러나 증감회는 지난 6월 브로커리지 회사들에게 신규 해외 투자 익스포저 제공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투자자의 계좌와 자산을 강제로 청산하지는 않지만, 신규 매수와 추가 입금을 막고 매도와 인출만 허용해 비공식 역외 투자 잔고를 줄이려 한 것이다.
홍콩이 지금껏 '동방의 스위스'로 불린 것은 중국 본토와 다른 금융제도 때문이다. 홍콩은 달러와 연동된 홍콩달러 체제, 자유로운 자본 이동, 낮은 세율, 영미식 법제와 금융 인프라를 기반으로 아시아 고액자산가의 해외 자금 창구 역할을 해왔다. 본토 중국인에게 홍콩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금융적으로는 해외에 가까운 시장이었다.
본토 부자들이 홍콩을 찾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안에서는 개인의 외환 환전과 해외투자가 제한되지만, 홍콩에서는 은행 계좌와 보험, 펀드, 해외 주식 거래를 통해 달러자산을 보유할 수 있었다. 위안화 자산만 보유할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 위안화 약세, 정책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는 만큼 홍콩 계좌와 보험상품은 자산분산과 자녀 유학, 이민 자금 마련의 통로로 활용돼 왔다.
최근들어 중국 당국이 이 관행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은 자본유출 압력 때문이다. 본토에서는 2021년 헝다 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중 금리차와 달러 강세 속에 위안화 약세 압력이 이어지며 본토 고액자산가의 자금이 해외 주식과 보험, 홍콩 계좌로 빠져나가는 데 대한 경계감도 커졌다. 중국 개인의 연간 외환 매입 한도는 5만달러(약 7700만원)지만, 시장에서는 이 한도가 특히나 홍콩 보험이나 해외 투자상품 가입에 우회 활용돼 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홍콩 은행권도 당국의 움직임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최근 은행들에 본토 고객의 투자계좌 개설 심사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HSBC와 항셍은행, BOC홍콩 등 일부 은행은 본토 고객이 투자계좌를 열 때 자금 출처가 중국 본토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장 영업도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홍콩 은행과 자산관리사들은 본토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영업했다. 하지만 본토 안에서 해외 금융상품을 소개하거나 계좌 개설을 유도하는 행위가 단속 대상이 되면서 관련 영업을 줄이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에 특히나 민감한 곳은 보험사다. 홍콩 보험상품은 본토 부자들에게 단순 보장성 상품이 아니라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해외에 자금을 분산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홍콩 생명보험 판매액은 지난해 420억달러(약 64조 83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본토 방문객 수요에 기대고 있다. AIA 홍콩은 지난해 23억달러(약 3조 5500억원)의 신계약가치(VoNB)를 냈는데, 이 중 본토 중국인 비중은 51%에 달했다.
다만 중국 당국이 홍콩 금융허브 자체를 흔들려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은 스톡커넥트와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처럼 당국이 허용한 제도권 투자 통로는 유지하고 있다. 본토와 홍콩·마카오 주민이 정해진 한도 안에서 서로의 자산관리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크로스바운더리 웰스매니지먼트 커넥트도 같은 맥락이다. 비공식 우회로는 막되, 당국이 자금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채널로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려는 모양새다.
'동방의 스위스'라는 이름은 여전히 남더라도 홍콩 금융사들의 영업 환경은 예전 같지 않아졌다. 홍콩은 앞으로도 중국 자본의 해외 창구 역할을 하겠지만, 본토 개인자금이 비교적 자유롭게 흘러들던 통로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부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여 은행 계좌와 보험, 펀드, 해외주식 거래로 수익을 내온 홍콩 금융사에는 달갑지 않은 변화다. 홍콩 자산관리 시장이 당장 흔들린다기보다, 본토 부자 고객을 상대로 한 고수익 영업 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셈이다.

!["너 몇기야?" 해병대 트로트 왕세자 정동원 사는 곳 어디?[누구집]](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7/PS26070500057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