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러 연준 이사 “스테이블코인은 위협 아닌 경쟁…더 저렴한 결제 자극”

[워싱턴=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14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은 전통 금융의 위협이 아니라 경쟁을 촉진하는 동력”이라며 “정부는 민간이 혁신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 이사 (사진=AFP)

월러 이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연례회의에서 “25년 전만 해도 결제 분야는 가장 지루한 분야로 여겨졌지만, 핀테크와 암호화 기술이 등장하면서 지금은 가장 역동적인 기술 영역 중 하나가 됐다”며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은 악한 것이 아니라 단지 기술일 뿐이며, 이를 기존 금융 시스템에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해야 한다”며 연준 역시 이러한 신기술을 전통 결제 시스템에 적용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러 이사는 특히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새로운 결제수단으로서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존 은행과 결제기업들이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자극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초기에는 가상자산이 전통 금융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협론이 많았지만, 현재는 서로 공존하고 협력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다양한 결제수단이 등장할수록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프라 측면에서는 각국의 결제시스템이 자국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파편화(fragmented)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거버넌스와 규칙”이라며 “국가마다 사기 발생 시 책임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결제 연동 시 충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또 “G7과 G20에서 항상 ‘더 빠르고 더 저렴한 결제’를 강조하지만, 여기에 ‘안전성(safe)’을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전한 무(無)사기는 불가능하며, 속도와 안전성 간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때로는 일정한 지연이 오히려 시스템을 안전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월러 이사는 “나는 자유시장 경제학자로서, 기본적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은 시장 실패가 있을 때 개입하는 것이며, 평소에는 조정자로서 표준과 협력을 유도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할 일은 민간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그 다음에는 방해하지 말고 물러나는 것”이라며 “결제 분야의 리더십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월러 이사는 “연준의 역할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제공하고, 나머지는 시장의 경쟁과 혁신에 맡기는 것”이라며 “정부가 민간과 경쟁적으로 개입하는 모델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