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협력 강화·반미 연대…알맹이 없는 우크라 해법

김윤지 기자I 2023.03.22 09:18:11

시진핑·푸틴, 회담 후 공동서명 발표
''양국 영토 보존 지지'' 재확인하며 美저격
전방위 협력 강화, 금융·에너지 좀더 밀착
진척 없는 우크라 해법, ''대화 최선'' 반복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강력한 반미(反美) 연대를 과시했다. 양국은 경제 분야는 물론 전방위에 걸친 협력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양측은 “책임 있는 대화가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합의하는 수준에 그쳤다.

◇ “내정 간섭 반대…美 세계 안보 훼손 말라”

22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양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9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진 내용은 “양국은 가장 먼저 주권, 영토 보전, 안보 및 개발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를 확고히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족)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이에 따라 러시아는 모든 형태의 ‘대만 독립’에 반대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중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지역 및 방어 조직으로서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하지 않은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며 러시아를 옹호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나토의 동진’과 관련해 러시아 편을 들어준 셈이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외부 세력의 내정 간섭을 반대한다”면서 “패권주의, 일방주의, 보호주의가 여전히 만연해 있으며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법 원칙과 규범을 ‘규칙 기반 질서’로 대체하는 것은 용납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규칙 기반 질서’를 국제사회의 근간으로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미국을 저격한 것이다.

이들은 핵 위협과 관련해 “미국, 영국, 호주가 수립한 3국 안보 파트너십(AUKUS) 및 관련 핵추진 잠수함 협력 계획의 지역 전략적 안정에 미치는 결과와 위험 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미국이 일방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 및 지역 안보와 글로벌 전략적 안정을 훼손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현지 통화 결제 늘리고 에너지 협력 강화

9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은 대부분 양국의 협력을 다뤘다. 두 정상은 정치, 무역, 안보, 기술, 교육, 문화 등 전방위에 걸친 협력을 강조했다. 서방이 우려하는 중국의 대러 무기 지원을 의식한 듯 군사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양측은 정기적으로 합동 해상 및 항공 합동 훈련을 조직하고, 양국 군 간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며, 군사 상호 신뢰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들은 별도로 발표한 ‘2030년까지 중러 경제 협력의 주요 개발 계획’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경제 협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2030년까지 무역량을 크게 늘리고, 디지털 경제 및 녹색 발전을 위해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금융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장 수요에 따라 현지 통화 결제 비율을 늘리고, 주요 에너지 분야에서의 장기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달러 패권’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중국과 서방의 제재로 주된 수입원인 에너지 수출에 제한된 러시아가 ‘윈윈’(win-win)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 “우크라 해법, 대화가 최선”…기존 입장 반복

국제 사회가 주목한 시 주석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종전 협상 중재는 원론적인 입장이 반복되는 수준이었다. 러시아는 가능한 한 빨리 평화 회담을 재개하겠다는 약속을 되풀이하면서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 군대 철군 여부를 비롯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나 시점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양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미국 등 서방에 화살을 돌렸다. 양 정상은 “위기가 악화되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긴장된 상황과 싸움의 연장에 기여하는 모든 행동을 중단 할 것을 모든 당사자에게 촉구한다”면서 “나토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 군사 안보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주장했다.

회담 후 양국 정상은 각종 공동성명을 비롯해 농업, 임업, 기초 과학 연구, 시장 감독 및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자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올해 중국에서 열리는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포럼에 참석해 달라”고 초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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