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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타계' 긴즈버그, 일평생 약자 보듬은 '진보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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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성 기자I 2020.09.19 14:57:48

소수자·여성인권 신장에 공헌..美 사법사에 한획
암 투병에도 대법관직 고수..끝내 병마로 무너져

미국 ‘진보진영의 아이콘’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18일(현지시간) 향년 87세로 별세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췌장암 전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18일(현지시간)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진보 진영의 아이콘’으로 불려왔던 인물이다. 미국 사법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코넬대를 졸업하고 1956년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갔던 그는 여성 차별이 남아있던 당시에 육아를 병행하는 이중고 속에서도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뉴욕에서 로펌에 취직한 남편을 따라 명문 컬럼비아 로스쿨로 옮겨 수석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취업이 쉽지 않아 럿거스 대학에서 법학 교수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72년에는 모교인 컬럼비아 로스쿨에서 여성 최초 교수가 됐다. 그는 성 평등과 여성 권익 증진을 위한 변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으며,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의 여성 인권운동 프로젝트에서 수석 변호사를 맡아 각종 소송을 주도했다.

특히 여러 대법원 사건에서 승소, 성적 불평등에 관한 판례를 바꾸면서 여권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성 민권운동 진영에선 흑인 최초의 연방 대법관이자 흑인 민권운동의 신화 같은 존재인 더굿 마셜에 빗대 ‘여성 운동의 더굿 마셜’로도 불렀다.

긴즈버그는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인 1980년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고,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관에 올랐다. 샌드라 데이 오코너(1981년)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다.

그는 취임 후 남성 생도의 입학만 허용하던 버지니아군사학교에 여성을 받거나 아니면 주 정부의 예산 지원을 포기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등 여권 신장에 힘썼다. 성소수자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본인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소수의견으로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다.

긴즈버그는 이런 이력으로 미국에서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특히 여성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록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다. 이들은 긴즈버그의 이름 영문 이니셜인 ‘RBG’에 미국 인기 래퍼 노토리어스 B.I.G의 이름을 합쳐 ‘노토리어스 RBG’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그는 하급심에 지침을 제시하는 명확한 의견을 남겨 ‘판사의 판사’라는 명성도 얻었다. 2015년에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0명의 영향력 있는 인물에 포함됐으며, 그의 삶을 다룬 영화와 다큐멘터리도 최근 몇년 새 속속 개봉됐다.

긴즈버그는 2009년 췌장암 수술을 받았으며, 2018년 폐암, 2019년 췌장암 등 총 5차례나 암과 싸웠다. 올해는 간에서 암 병변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여러 차례 암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대법원 공개 변론 일정에는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하며 대법관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보수 5대 진보 4로 나뉜 상황에서 그가 복귀하지 못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자리에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보수 쪽으로 더욱 기울어지게 된다.

지난 대선 때에는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트럼프 후보를 ‘사기꾼’이라고 부르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끝까지 종신 대법관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욕을 보였던 긴즈버그는 결국 병마로 대법원을 떠나게 됐다.

그의 별세 소식에 미 정계에서는 애도 메시지가 잇따랐다. 미네소타주에서 대선 유세 연설 중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 소식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놀라운 삶을 이끈, 놀라온 여성이었다”고 조의를 표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매우 슬픈 소식”이라며 “그는 위축되지 않고 맹렬하게 모두를 위한 인권을 추구한 여성이었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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