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5일 구두논평에서 ‘시무 7조’ 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42만여 명을 넘어섰다면서 “이번만큼은 기획비서관실이 아닌, 대통령께서 직접 답해 보시면 어떨까 한다”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글이 공개된 것도 우애곡절을 겪었는데 답변도 그럴 모양”이라며 “청와대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성의 있는 답변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기약이 없다. 어찌보면 서릿발 같은 풍자에 함부로 맞서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검찰개혁, 이념논쟁, 대북정책 등 정권의 실정을 조목조목 꼬집는 ‘뼈 때리는’ 상소문에 대해 청와대가 어떻게 답변할 것인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청와대는 불편한 질문에 원론적이거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왔다”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최승로가 성종에게 바친 상소문 형식을 빌린 ‘시무 7조’”라며 “국민 앞에 답변해야 할 이는 너무도 정확하다”고 했다.
이어 “‘버닝썬 경찰 유착 수사’, ‘고(故) 장자연 씨 재수사’ 등 응답 요건을 달성한 국민청원에 대해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 의혹규명을 지시한 전례도 있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답해 보시면 어떨까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재개하며 ‘시무 7조’에 대해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는데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중이다. 그래서 상소문 형태의 청원 글이 큰 반향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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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은 ‘진인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집값이 11억 원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어느 대신은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본직이 법무부장관인지 국토부 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 미천한 백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청원은 지난달 12일 작성됐지만 27일 오전까지 청원 게시판에 게시되지 않았고, URL을 직접 입력해야만 볼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청원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청와대는 국민청원 공개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명예훼손 성격의 청원이나 중복 청원 등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작년부터 100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받은 글만 내부 검토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 청원은 청와대가 공개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한편, 청원인은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을 “두 아이를 키우는 30대 후반의 평범한 직장인 남성”이라고 소개했다.
또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지금은 진보나 보수가 아니”라면서 “제가 가진 상식으로 현시대를 보고 문제점을 느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