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서 산탄총 쏘라?"..합참, 국민 안전 뒤로한 무인기 대응책

채상우 기자I 2016.08.19 08:11:57

합참, ''산탄총으로 무인기 대응하라''는 내용의 공문 발송
LNG기지, 원자력발전소 등 60여개 주요시설에 하달
전문가 "시설에 산탄총 격발하는 대책 안전하지 않아" 지적
美 FAA, 레이더 기술 이용한 전략적 무인기 대응책 마련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일한 무인기 대응요령을 고지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있다.

18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합참은 지난 4월 드론을 포함한 무인기 대응책을 국가 주요 시설 및 각 부처에 하달했다. 해당 공문에는 ‘무인기가 발견됐을 시 산탄총을 격발해 대응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공문을 국토부, 미래부, 산업부, 행자부, 경찰청, 국민안전처에 하달했으며 이들 6개 정부 부처는 이 공문을 다시 국가 주요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에 전달했다. 하달받은 기업은 송도 LNG(액화천연가스)기지, 원자력발전소, 한국전력, 한국 등 60여개에 달하며 각 실무 담당자에게 직접 전달됐다.

이들 기업은 원자력발전소나 LNG 기지와 같이 안전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위험 시설들을 관리하고 있다. 합참의 대응책대로 산탄총을 쐈다가 자칫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재난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합참은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주요시설에 ‘산탄총으로 무인기에 대응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사진은 부산에 위치한 신고리원자력발전소로 관련 내용과는 무관.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이 규칙을 시행해야 하는 기업 책임자들도 산탄총을 한번도 쏴본적 없는 현장 근로자들이 대부분이기에 위험성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산탄총을 구비한 곳도 없을 뿐더러 산탄총이 있다고해도 사용해본 적이 없는데 빠르게 이동하는 무인기를 저격해 대응할 수 있을지 만무하다”며 “오히려 시설에 피해가 갈 가능성이 높다”고 토로했다. 산탄총 자체가 무인기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역효과만 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합참은 북한 무인기 및 대테러 예비를 위해 이 같은 대응책을 알려줬다고 확인했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대응책은 지시사항이 아니라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가이드라인이었다”며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시설은 두꺼운 콘크리트 시설로 둘러싸여 있고 나머지 시설도 안전시설이 충분해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합참의 의견과 달리 전문가들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은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두꺼운 보호시설로 산탄총에는 무리가 없을 수 있으나 나머지 시설의 경우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인근 주민들이 입을지 모르는 피해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 남북한 대치상황이라는 특수한 환경으로 무인기를 이용한 대태러에 대한 대응책이 강조되는 국가다. 지난달 14일 북한 조선중앙TV는 1m 크기의 신형 드론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드론은 이미 실전배치됐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5종류의 무인기를 공개했으며, 2014년에는 두 차례 북한의 무인기가 파주와 백령도에서 추락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의 무인기에 대응할 만한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무인기의 크기가 너무 작아 레이더망으로도 잡히지 않으며 상공 1.5km 이상에서 날기 때문에 피아 식별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탄총을 이용한 합참의 안일한 무인기 대응책은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안보 능력을 갖춘 미국은 무인기 대응을 위한 전략적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상황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는 지난 5월 뉴욕에 있는 존에프케네디국제공항(JFK)에 연방수사국(FBI)의 무인기 대응 시스템을 시험 적용했다.

해당 대응 시스템은 고성능 레이더를 이용해 드론을 탐지한 후 영상 관측 시스템을 이용해 관제사에게 해당 드론의 위치를 식별해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FAA는 JFK 공항에 해당 시스템을 시험 적용한 후 향후에는 주요 공항 및 시설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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