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원보좌관]'그림자'에서 여의도 주인공으로

김성곤 기자I 2016.06.24 08:18:51

박관용 전 국회의장·유시민 전 장관·안희정 충남지사 모두 보좌관 출신
평택을 재선 유의동, 이한동 전 총리·류지영 전 의원 보좌진 출신
고양병 재선 유은혜,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보좌진 출신
보좌진 출신 국회의원의 강점 “시행착오 줄일 수 있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2004년 17대 총선 직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이에 강력 반발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통점은? 바로 두 사람 모두 국회의원 보좌진 출신의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박관용 전 의장은 고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가 4·19 학생운동 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을 때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초선이던 13대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야권 잠룡인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다.

보좌관은 팔방미인이다. 정책, 정무, 선거, 수행, 메시지, 민원처리 등 다루지 않은 일이 없다.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은 보좌관들은 그림자 역할에서 벗어나 여의도 정치무대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보좌진 출신 의원들은 특히 의정활동에 정통하기 때문에 초선 시절부터 남다른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당장 20대 국회만 해도 보좌관 출신 정치인들은 한둘이 아니다. 보좌관 시절 의정활동의 전반을 두루 익힌 만큼 경쟁력이 뛰어난다. 새누리당에서 김태흠, 조원진, 이장우, 이헌승, 유의동 의원이 대표적인 보좌관 출신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우원식, 유은혜, 박완주, 이철희 의원이, 국민의당에서는 이태규 의원 등이 보좌관 생활을 거쳤다.

2002년 4월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생가를 방문한 이한동 국무총리(앞줄 왼쪽 두번째)가 당시 비서였던 유의동의원 새누리당 의원(가운데 정면)을 비롯한 국무총리실 보좌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유의동 의원 제공)
◇‘이한동 전 총리 비서 출신’ 유의동 “엄하고 훌륭했던 정치적 아버님”

경기도 평택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의 정치인생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와 뗄래야 뗄 수 없다. 미국 유학 중 지인의 소개로 이 전 총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20대 총선 직전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이 전 총리가 다녀갈 만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유 의원은 “이한동 총리님께 배운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 엄하고 훌륭하신 아버님 같은 분”이라면서 “31살의 젊은 비서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신 적도 없다. 많이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특히 2002년 국회 대정부질문 때 잠시 의원회관에 들러서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줄 정도로 자상한 면도 갖췄다고 회고했다. 19대 국회 당시 류지영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할 때도 평택을 재보선 출마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유 의원은 보좌진 출신의 의원이 갖는 강점에 대해 “다른 분야에서 국회의원이 된 분들과 달리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국회의원을 희망하는 후배 보좌진들을 향해 “희망과 꿈에 걸맞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1년 1월 서울 수유리 국립 4.19민주묘지를 방문한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유은혜 의원실)
◇‘고 김근태 전 의장 비서 출신’ 유은혜 “옆에서 배운 게 전부”

경기 고양 덕양병에서 재선에 성공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치적 스승은 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다. 유 의원은 2002년 12월 대선 이후부터 2004년 17대 총선 직전까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국회에 공식 등록된 보좌관 생활은 1년 반에 불과하지만 98년 이후 김근태 의원 후원회 사무국장, 김근태 대선캠프 등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이른바 GT맨으로 활동했다.

유 의원은 보좌진 시절 고 김 전 의장의 소탈하고 수평적인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유 의원은 “김 의장은 주변에서 일하는 보좌진을 늘 함께 하는 동지적 관계로 생각했다”며 “흔히 갑질로 불리는 수직적인 관계의 개념이 전혀 없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다른 의원과 달리 의사결정의 과정도 의원이라는 권위에 기대어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며 “늘 보좌진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함께 하려는 실천이 특별했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오랜 보좌진 생활은 초선시절부터 많은 도움이 됐다. 유 의원은 “보좌진 생활은 물론 당직자로 일하면서 의정활동이나 국회시스템을 충분히 배울 기회가 있었다”며 “다른 분야에서 처음 국회로 오면 다소 낯설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밝혔다.

또 국회의원을 꿈꾸는 후배 보좌진들을 향해 “보좌관 생활을 통한 정책의 전문성 확보와 의정활동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좋은 토대”라면서 “단순히 국회의원을 서포트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미래 비전과 정책을 함께 이뤄간다는 계획을 갖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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