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퇴골두 무혈성괴사’ 방치하다 고관절 파괴돼 인공곤절 신세진다

이순용 기자I 2015.02.26 08:49:43

중년 남성 건강 치명적 위협 ... “절주 · 금연 등으로 예방해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군 복무 중 양쪽 엉덩이가 쑤시는 극심한 통증을 느낀 김 모씨(23). 움직일 때마다 통증은 심해졌고 얼마 못가 걸음을 절뚝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히 병원을 찾은 김 씨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진단을 받았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엉덩이 관절에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질병명으로 보면 ‘대퇴골두(넓적다리 뼈의 윗부분)로 혈액을 공급하는 모세 혈관이 막혀서 뼈가 괴사하는 질환’이라는 뜻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치료를 받은 환자는 7,300명 정도다. 40대부터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해 50대가 가장 많은 26.4%를 차지하고, 여성보다 남성에게 4배 이상 더 잘 발생한다. 최근에는 위의 사례처럼 20대 환자도 흔치 않게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인공관절치환술의 60~80%가 바로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은 치료 없이 방치하면 결국 인공관절의 신세를 져야 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 방치하면 통증,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악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과도한 음주, 스테로이드, 외상(대퇴경부 골절 또는 탈구) 등이 알려져 있으며 이외에도 잠수병, 방사선 조사, 겸상 적혈구 빈혈증 등이 있다. 원인을 특정 지을 수 없는 특발성도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조윤제 경희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국내 환자의 대부분은 과다한 음주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후에도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약 10~3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며 “또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즉 특발성인 경우가 전체의 10~20% 정도이다.”고 강조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초기 단계에 환자 본인이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통 둔부 및 사타구니의 무거운 느낌이나 뻐근함, 또는 병변이 있는 무릎의 동통, 요통이나 좌골 신경통과 유사한 증상 등의 불명확한 증상에 대한 진찰 중 우연히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치하면 당기는 등의 통증이 나타나며 이는 특히 고관절을 굴곡, 외회전할 때 악화된다. 보행이 힘들고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를 보이는 정도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기도 하며, 함몰이 진행하는 경우 병변 쪽의 다리 길이가 짧아지기도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일반적인 관절염과는 달리 뼈 자체가 내려앉는 질환이기 때문에, 함몰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해도 관절 표면의 연골은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골두가 함몰된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이차적으로 관절염 상태로 진행된다.

◇ 식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이 예방의 지름길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의 치료는 수술적인 치료가 유일하다. 수술은 크게 환자의 관절을 보존하는 방법과 인공 관절로 교체하는 수술로 구분할 수 있다. 어떠한 수술이 환자에게 적절할 것인가는 골두 함몰의 정도, 괴사된 골두의 범위 및 위치에 따라서 판단하게 된다.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위험 인자인 지나친 음주를 줄이고, 미세 혈관의 흐름을 악화시키는 고지혈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식습관을 지키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다. 흡연도 삼가야 한다.

조윤제 교수는 “만약 음주를 많이 하거나, 고지혈증 등의 위험 인자가 있는 중년 남성이 큰 외상이 없는데도 갑작스럽게 사타구니나 엉덩이 부위에 동통 또는 불편감이 발생한 경우, 이를 가볍게 보는 것은 위험하다”며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관절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하고, 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한다면 정기적으로 전문의와 상담해 질병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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