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에도 안전대책 '용두사미'

최훈길 기자I 2015.01.18 14:57:02

당정협의에 5층이하 스프링클러, 소방차 진입 대책은 없어
장관은 "안전규제 강화", 실무자는 "경제 생각해야" 엇갈려
재난 전문가 "안전 1순위로 두고 초기대응 대책 마련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최근 잇단 화재에 대한 종합대책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아 안전대책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정부·여당의 화재안전 대책에는 △5층 이하 아파트의 스프링클러 설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은 도로 문제에 대한 개선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안전처는 지난 14일 당정협의에 이 같은 대책을 보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새누리당에서 ‘6층 이상 아파트의 스프링클러 설치’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1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1층에서 불이 시작됐고 양주시 화재도 4층에서 불이 났다. 특히, 의정부 화재의 경우 불법 주정차로 소방차 진입에 난항을 빚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직후 저층부 화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개선책에는 이 같은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안전처는 스프링클러 설치에는 건축비 상승, 소방차 진입 대책에는 건축 관련법 규제강화와 관련돼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소방제도 담당자는 “효율성, 경제적 부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설치에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인 (건축) 규제 의무를 부과하는 게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무 담당자의 입장은 장·차관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과는 상반된다. 박인용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스프링클러 설치·도로 진입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자 “안전규제를 세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성호 차관도 지난 13일 국회에서 주차장 규제가 느슨한 고시원으로 허가받은 뒤 원룸으로 불법 개축해 발생하는 주차난을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했다.

안전처는 향후 대책으로 화재 취약성에 대한 평가지표 마련해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평가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소방당국은 지난해 10월 대봉그린 아파트에 대한 소방안전 검사에서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게다가 의정부시는 지난 1일 안전처가 선정한 ‘2014년 지자체 재난 관리 실태 점검’에서 우수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재난안전 전문가들은 안전처가 안전을 1순위로 두고 초기 대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한국방재안전학회 상임 고문)는 “스프링클러는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는 용도인데 층수 제한을 한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며 “안전처가 복덕방이 아니라 안전을 우선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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