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의 투어텔링] 나쁜 여행사 골라내는 법

김형렬 기자I 2012.06.08 10:44:26
[이데일리 김형렬 칼럼니스트] 지난 달 퇴근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5시 반이 지난 시각이었다. 전화기에 뜨는 발신자를 보니 `숙모님`이셨다. 가끔씩 안부 통화 정도는 하지만 평일 이런 시간대에 전화를 하신 건 처음이었다. 의아해 하며 얼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산악회 사람들과 배를 타고 일본을 가려고 동해에 왔는데, 여행사에서 입금을 안해줘서 배를 못타고 있다. 6시 출항인데, 네가 좀 어떻게 해볼 수 없니?"

순간 뉴스에서만 보던 상황이 딱 떠올랐다. 여행사 홈페이지가 계속 `접속불가`라던가, 허니문 여행비용 500만원을 보낸 후 연락 두절되었다던가, 공항 갔더니 비행기 예약이 아예 없다거나, 하는 상황들 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객들이 결제를 한 후 벌어진 일들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월 허니문 전문 퍼시픽라인이, 2월엔 JW투어에 이어 3월에는 필리핀 전문 성공투어가 고객의 여행상품 요금을 입금 받은 후 대표가 잠적해버린 일이 벌어졌다. 각 사마다 수억에서 수십억원 씩의 피해자들이 생겨났다. 피해자들은 피해자 모임 카페 등을 결성하고 사라진 대표를 형상고발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좋은 여행사를 만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길거리에 나붙은 여행사들의 간판은 부지기수지만 실력과 신뢰를 겸비한 여행사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1000만명 이상이 국내외를 드나드는 나라치고 여행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낮은 편이고, 좋은 여행사에 대한 판단 기준도 없다.

그래서 남는 방법은 그들 중 나쁜 녀석들을 골라내는 것이다.

첫째로, 가장 싸다고 내세우는 곳은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패키지 상품 스테디셀러인 `방콕-파타야`의 경우 50만원 쯤에서부터 150만원 고가 상품까지 매우 다양하다. 일정의 장단, 항공사, 호텔의 등급, 관광코스, 쇼핑 포함여부 등 변화무쌍한 요소들이 가격 결정을 좌우한다. 싼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싸다고 고객을 끌어들인 후 현지에서는 추가비용을 더 내거나 여행보다 쇼핑을 더 많이 할 수도 있다.

둘째로, 상품 안내가 미덥지 않은 곳은 피한다. 1만여개의 등록 여행사들 중 상당수는 마치 휴대폰 대리점 같은 곳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경험없는 초급담당자들이 상담을 하거나, 담당자들이 바뀌는 경우들이 많다. 특히 자유여행 상담을 해보면 여행사가 고객보다 더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셋째로, 홈페이지가 작동하지 않는 곳도 잘 살펴봐야 한다. 해외여행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된다. 그런데 홈페이지가 살아있지 않은 곳이라면 온라인 시대에 제대로 된 마인드를 갖춘 곳이라고 보기 힘들다. 혹은 일반인보다 B2B 대상의 여행사일수도 있다.

넷째, 세계 모든 지역, 모든 종류의 여행상품을 다 취급하는 곳도 검토해봐야 한다. 이런 곳은 큰 여행사의 대리점이거나 수수료만 챙기는 영업점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곳들은 직접 여행상품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하고 사고가 나도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숙모님의 전화 후 그 여행사에 전화도 해보고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는 순간, 출항 5분 전 다시 전화 벨이 울렸다. "얘야, 여행사에서 돈 넣었단다, 다녀와서 얘기하자..." 여행 사업에 뛰어든 후 가장 황망했던 20분이 그렇게 지나갔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rancet@travelb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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