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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의 재발견)②`선두주자` 프랑스의 전화위복

안승찬 기자I 2009.12.28 10:05:07

프랑스 원자력청 크리스토퍼 베아 부문장 인터뷰

[파리=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유럽에서 가장 비옥한 땅을 보유한 프랑스에게도 약점은 있다.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다른 길로 가게 한 것은 바로 이런 조건이었다.

애초에 풍요로운 낙농국가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1970년대 석유파동은 자원이 부족한 프랑스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 충격이 프랑스의 에너지 정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새로운 대안인 원자력 발전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원자력 발전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 프랑스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자력 발전 국가가 됐다. 현재 프랑스는 58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 전체 전력의 75%를 원자력이 맡고 있다.

낮은 전력단가 덕분에 프랑스는 세계 최대 전력 수출국이기도 하다. 물론 영국에도 전력을 수출한다. 프랑스가 한해동안 유럽 인근 지역에 전력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30억유로(약 5.1조원)를 넘는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지금, 프랑스의 선택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자원이 부족한 결정적 아킬레스건을 과감한 원자력 발전 투자로, 약점을 강점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프랑스 원자력청(CEA)의 원자력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토프 베아 이사를 파리 현지에서 만나, 프랑스 원자력 발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40년간 안전 이상무..4세대 원전 개발 도전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의 역사가 깊다. 안전문제는 걱정이 없나.
▲프랑스는 1977년에 첫 가동을 시작해 현재 58기의 원자력발전을 가동중이다. 역시 안전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10년마다 안전기준 체크를 하고 있으니까, 벌써 3번째 검사를 받았다.

현재 초기에 가동을 시작한 원전도 수명이 30년이 됐는데, 40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지 검토된다. 우리는 40년 이상까지 원자력 수명을 연장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건 그만큼의 기술력을 보유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재료들이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혁신적인 기술도 필요하다. 원전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CEA 내에서 중점적인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4세대 원전개발을 진행중이다. 4세대 원전은 2020년부터 프로토타입(실험용 원자로)를 가동할 수 있을 것이고, 2040년에는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도 4세대 원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4세대 원전은 `꿈의 원자로`라고 불리는 고속증식로(FBR)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재처리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다시 사용하는 기술로, 고속증식로가 상용화될 경우 우라늄 자원 이용 효율이 60배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프랑스를 비롯한 원자력 선진국에서도 고속증식로를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핵융합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중이다. 2018년에 실험용 핵융합을 해볼 수 있겠지만, 실제 전력 생산은 2050년 이후가 될 것 같다.

-원전 개발과 관련된 예산은 얼마나 되나.
▲CEA에서 연간 12억유로 수준이 원자력 관련 예산이다. 이중 절반은 노후 시설 보수와 해체에 사용되고, 나머지 절반 가량이 연구개발 자금이다.

원자력은 청정기술..신재생에너지도 대체 못해

▲ 프랑스의 원자력청(CEA)의 원자력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토프 베아 이사
-원자력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우리는 원자력을 청정기술로 간주한다. 과거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더 그렇게 됐다.

지난 11월 프랑스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시민들은 원자력이 석유와 석탄보다 환겸오염이 덜한 것으로 생각했다.

시민들이 원자력에 대해 이점을 느끼는 것은 가격경쟁력과 에너지 자립, 그리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재생에너지가 결국 원자력 대체할 수 있지 않겠느냐.
▲보완적인 역할은 할 수 있지만 대체는 할 수 없다. 원자력은 전력생산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프랑스의 경우 현재 전체 전력의 75%를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그야말로 중간적인 역할밖에 안된다.

프랑스와 유럽은 2020년을 목표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약속을 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도움을 받겠지만, 당연히 원자력이 필요하다.

폐기물 처리 문제 "정보 공개하고 대화해야"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
▲프랑스는 재처리를 선택했다.(재처리는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연료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해 재사용하는 공정을 말한다. 이 경우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추출되기 때문에 비핵화를 선언한 우리나라는 재처리를 선택하기 쉽지 않다. 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원자력발전 재처리를 이용하고 있다.)

재처리를 선택한 이유는 사용한 우라늄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경제적 이유와 함께 폐기물의 그만큼 줄어들어 최적의 폐기물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처리 이후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경우 지하에 심층 처분토록 법에 명시돼 있다. 2015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 지역을 정하고, 2025년부터 이용하게 된다.

-재처리도 비싼 기술로 아는데.
▲재처리 기술을 이미 군사적인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기술을 응용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국민 공감을 형성할 때 반대 의견은 없었나. 한국에 조언을 할 부분이 있다면.
▲고준위 폐기물장 문제는 얘기한대로 지난 2006년 만들어진 법에 로드맵이 갖춰져 있다. 법에 명시된 대로 2020년부터 가동된다.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은 3단계로 이뤄지는데, 정보를 공개하는 것, 원자력에 대한 소개와 명확한 역할을 알리는 것,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함께 (결정권한을) 나누는 것이다.

주민들과의 대화와 홍보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알리고 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원자력 강국인 프랑스가 한국의 원전 기술을 평가하자면.
▲한국은 원자력 분야에서 큰 역량을 보유한 나라다. 연구개발 뿐 아니라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80년대부터 한국과 프랑스가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는데, 한국 연구팀들의 수준과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속증식로 개발도 같이 하고 있다.

1200조 원전시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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