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는 기초수액 같은 `퇴장방지의약품(필수의약품)`인 동시에 원가 이하로 생산·공급되는 약제들에 대해서는 약가 인상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와 관련한 입법예고를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기초수액제 등 필수의약품들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될 경우, 제약사들이 손실부담이 누적돼 공급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건당국의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기초수액, 많이 팔수록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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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받게 되면 정부는 생산원가 이상을 보장해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업계에 따르면 기초수액의 영업이익 적자율은 20% 이상이다.
일례로 A사가 생산하는 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생리식염주사액 1000ml`의 경우, 원가는 1600원에 이르지만 건강보험약가는 995원(부가세 별도)에 불과하다.
모 제약회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경우 직접생산원만도 1050원에 달한다"며 "이윤을 배제한 직원들의 인건비와 배송비 등의 판매 및 일반관리비 등을 더할 경우 총원가는 1600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약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기초수액제품은 많이 팔수록 손해"라며 볼멘소리를 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들 업체들이 생산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급차질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많았다.
◇ 애물단지 전락..왜?
이처럼 기초수액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실거래가 상환제`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실거래가 상환제란 의약품의 실제 거래가격이 보험약가보다 낮을 경우 보험약가를 그만큼 삭감하는 제도다.
일례로, 한 의약품 도매상이 보험약가 기준으로 의약품 100가지의 의약품 10억원치를 병원에 공급하면서 실제 납품대금으로 9억원만 받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납품 리스트`에 오른 전체 100종의 의약품에 대한 보험약가가 10%씩 일괄적으로 깎인다.
즉, 도매상이 제조원가가 낮은 10~20개 의약품의 납품가를 대폭 낮추는 방식으로 전체 납품가를 떨어뜨렸더라도 납품 리스트에 오른 모든 의약품에 대해 동일한 인하율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초수액제품은 어느 병원에서나 쓰이는 기본 약제이기 때문에 실거래가 위반사항이 적발되는 경우 함께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퇴장방지 의약품의 경우 약값을 깎지는 않지만, 적발 후 5년 동안 가격조정 대상에서 제한돼 전혀 가격인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퇴장방지 의약품`이기 때문에 겪는 고초(?)도 만만치 않다. 제약회사 마음대로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기도 힘들다는 점도 애물단지로 전락한 주요한 원인이다.
모 제약회사 관계자는 "복지부와 식약청 등의 정부 기관의 통제가 수시로 이뤄지는 제약산업의 특성상 마음대로 생산을 멈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국민 여론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묵묵히 생산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 중외 100억 등 손실보전 기대
기초수액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제약사들로서는 복지부의 이번 조치가 가뭄의 단비다.
이들 업체들의 기초수액의 한해 매출액은 모두 합쳐 1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업체들의 주장대로 실제로 적자율이 20%이고, 원가 수준으로만 회복돼도 제약사들은 연 200억원 정도의 영업손실 요인이 줄어드는 셈이 된다.
특히 기초수액 부문의 업계 1위 업체인 중외제약이 단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중외제약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7% 증가한 437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1.1% 감소한 367억원을, 경상이익은 9.9% 감소한 193억원을 올렸다. 매출 대비 영업개선이 적은 가장 큰 원인중 하나가 수액부문의 적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기초수액 매출액은 500억원 가량이다. 이 기초수액중 5년 동안 가격이 묶여 있었던 주력제품 5개의 매출비중은 기초수액제품의 80% 정도로, 약 40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중외제약이 1년 동안 줄일 수 있는 손실규모는 최대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초수액 부문 업계 2·3위인 CJ제일제당과 대한약품공업도 각각 수십억원 대의 부가수익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해당 제약사들은 표정관리중이다. 몇 년 동안 기대했던 기초수액가격 현실화가 돌발변수로 자칫 틀어질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수년 동안 입어온 금전적인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온 것으로 환영한다"면서도 "혹시 이번 약가 인상이 제약사에 부당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으로 비쳐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그간 업계에서는 채산성 악화로 인한 수액부문 사업포기설이 나돌기도 했다"며 "불합리한 조치가 개선되는 동시에 국민건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