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대변신)③생존하라, 카멜레온처럼

손희동 기자I 2005.07.28 10:31:02

발빠른 변신에 성공한 일본 종합상사들
생존위한 구조조정..변신 또 변신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일본 종합상사들의 성공기를 배워라”

지난달 전명헌 현대상사 사장은 직원들에게 일본 상사들의 성공담을 리포트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지시의 단초가 된 것은 지난 4월 일본 종합상사들의 부활을 예고한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기사에서 “일본의 상사들이 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발판삼아 최고의 성장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면서,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이토추, 마루베니 등 일본 5대 종합상사들의 변신을 극찬했다.

일본 종합상사 모델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내 상사들에게 일본의 성공은 중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종합상사의 변신 주목하라

일본 상사들의 부활은 눈부시다. 에너지 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서면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상사들의 적극적으로 해외유전개발 투자가 투자이익 회수로 돌아오고 있는 것.

모건스탠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5대 상사 순익을 모두 합하면 전년대비 95%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미쓰비시는 액화천연가스 분야에서 세계 3대 민간 공급업체가 됐고, 호주광산업체 BHP빌리턴과 합작해 세계 철광석의 25%를 공급하고 있다.

고지마 요리히코 미쓰비시상사 사장은 "이제 수익구조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매출의 70%는 해외 투자사업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종합상사들의 이같은 턴어라운드 배경엔 강력한 구조조정이 있음은 물론이다.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해외투자에 열을 올리기 이전에 이미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감행해 몸집을 가볍게 했다.

90년대 들어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하면서 일본의 종합상사들도 위기를 맞았다. 주요 보유자산이던 부동산까지 폭락했고, 일반 기업들마저 마케팅 능력을 키워 직접 수출시장을 공략하게 된 것도 상사들의 위기를 부채질했다.

이에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사업내용도 다각화해 해외자원개발, 경영컨설팅, 사모펀드 투자, 애니메이션 영화제작, 투자은행 업무 등을 새로 시작했다.

일본 종합상사들이 성공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상사의 특성을 살린 사업 다각화의 합작품인 셈이다.














(사진설명)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미쓰이물산의 캠페인광고























◇구조조정, 생존 위한 지름길

한국의 상사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다. 한국의 종합상사들도 변화와 구조조정은 시대의 화두가 됐다. 선택과 집중은 여전히 유의미한 경영원칙이다. 

현대종합상사(011760)의 사례를 보자. 현대종합상사는 2003년 4월 끝내 금융거래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뒤이어 시작된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할 길이 없었다.

70개가 넘던 해외지사를 30개로 줄였고, 임원의 60%를 내보냈다. 부진한 사업부문을 퇴출시키는 대신 주력 사업 부문을 강화시키는 조직개편 작업을 단행했다. 그해 9월 16일 회사 경영진들은 워크아웃 약정에 싸인을 하는 순간까지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현대상사 관계자는 “그 때 분위기는 단순히 회사를 바꿔보자가 아니라 회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SK네트웍스(001740)의 경우도 마찬가지. 부실의 대부분이 발생한 해외무역부문에 대한 구조조정부터 단행했다. 부실 해외법인을 솎아내 40여개에 이르던 해외 지사가 절반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 700명의 현지채용인들이 직장을 잃었다. 직물수출 부문을 분리해 자회사로 독립시켰다. 신발부문은 아예 폐쇄시켰다.

비영업용자산에 대한 매각도 줄을 이었다.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의 투자유가증권을 팔고, 골프회원권이나 부동산 등을 매각했다.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팔아야 했다. 덕분에 채권단으로부터 채무재조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회사는 간신히 숨을 돌렸다.









(사진설명)전명헌 현대상사 사장이 지난 4월 취임 1주년 기념으로 직원들에게 직접 떡을 돌리고 있다



 
 
 
 
 
 
 
 
 
 
 
 
 
 
 
 
 
 
 
◇미래를 위해 뛰는 상사들

현대상사는 지난달 `신시장 개척단`을 출범시켰다. 팀장급 직원 위주로 팀을 꾸린 `신시장개척단`은 특명을 받았다. 돈이 될만한 신규 아이템을 발굴해 오라는 것. 이들은 각 팀별로 2주간 전 세계를 다니며 돈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다녔다.

이들은 아직 현대상사의 지사나 법인이 없는 곳에 파견됐다. 예전에 철수한 지사들도 이번 기회에 포함시켜 해외시장 개척의 재기를 노렸다. 이들은 북아프리카, 중동, 러시아, 동유럽, 중남미 등을 돌며 그곳 현지 업체 및 정부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현지 시장조사를 벌이며 새로운 거래선을 개발하고 돌아왔다. 그들이 내놓은 보따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현대상사 관계자는 "신시장 개척단은 100여건에 이르는 상담을 통해 적지않은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다"며 "이는 고스란히 후속조치를 위한 데이터로 축적해 향후 중요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고 성과를 설명했다.

우수사례는 사내게시판에 공고해 직원들의 아이디어 회의 소재로 삼고 있다.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고유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하고자 한다"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보유해 올해를 통합마케팅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신년 포부를 밝혔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철강·화학·자동차정비·패션사업을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시키는 것이 통합마케팅 실현을 위한 1단계 과제”라면서 “중국 전역에서 복합주유소·고속도로휴게소·정비소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물산(000830)은 기존 트레이딩 기능에 마케팅 기능·리스크 관리기능 등이 추가된 선진 금융기법으로 승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상사로서의 고유 기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영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6시그마 운동을 전사적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해야한다는 지혜를 과거로부터 배웠다. 물론 종합상사들은 각각 다른 상황에 처해있고, 생존을 위한 해법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한가지 덕목이 있다. 바로 종합상사가 가진 특유의 노하우와 촘촘히 얽힌 글로벌 네트워크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종합상사가 21세기에도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없는 변신은 `생존의 요건`이다.





(사진설명)지난해부터 운행중인 굴절버스. LG상사가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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