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회장 1주기)①현정은 체제 일단 `안착`

조진형 기자I 2004.08.03 10:00:05

경영권 분쟁이 그룹 장악 기회로 작용
경영 리더십 발휘할까..아직 평가 일러

[edaily 조진형기자] 내일(4일)로 고(故) 정몽헌 회장이 투신자살한지 1년이 된다. 대북송금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정 회장의 타계에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지 얼마안가 현대그룹은 금강고려화학(KCC)과의 경영권 분쟁 소용돌이에 휩싸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룹을 기대치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그룹은 4일 고 정몽헌 회장 1주기를 맞아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을 참배한 뒤 금강산으로 이동해 추모행사와 함께 그룹 신입사원 수련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고인의 넋을 기리는 동시에 현대그룹은 계열사 신입사원 178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신입사원 수련대회를 열고 CEO와의 대화, 도올 특강, 금강산 등반, 씨름대회, 해변체육대회, 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 고 정 회장 타계 이후 겪었던 경영권 분쟁의 아픔을 말끔히 씻고 신입사원과 임원단, 현 회장이 하나가 돼 현대를 부흥시키자는 상징적인 행사인 셈이다. ◇혹독했던 경영권 분쟁..`불씨` 해소 과제로 남아 1년전 고 정몽헌 회장이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가겠다"며 세상을 등졌을 때 시숙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현정은 회장은 모든 것을 떠맡았다. 평범한 주부에서 그룹 총수가 된 현 회장은 슬픔에서 헤어나오기도 전에 지난 2000년 `왕자의 난`에 이은 두번째 현대가(家) 분쟁을 지휘해야 했다. KCC의 현대그룹 인수 선언에 `국민기업화` 선언으로 맞섰고, 자금의 열세를 여론몰結?법원의 가처분 승소를 통해 극복했다. 결국 8개월여간 수차례의 격전을 거듭한 끝에 현 회장은 지난 3월 말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 정 명예회장에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KCC가 금융감독기관으로부터 처분명령을 받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이외에도 22% 가량이나 보유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이 아니라는 의혹도 존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난달 현대엘리베이(017800)터 자사주 8만주를 둘러싼 소송에서 현대가 KCC에 계약매매대금과 합의금을 주고 지분을 되찾았던 점을 고려, 점차 화해무드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일고 있다. 고 정몽헌 회장 1주기를 맞아 경영 체제를 굳건히 하고자 하는 현 회장에게 정 명예회장과 화해무드 형성은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주부에서 경영인으로..현정은 회장, 일단은 안착 혹독했던 경영권 분쟁은 현 회장에게 전화위복이었다. 결국 가정주부였던 현 회장이 단시간에 그룹 장악력을 움켜쥔 경영자로 탈바꿈한 것도 경영권 분쟁 덕이었다. 특히 지난 11월 정상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 인수`를 공식 선언했을 당시 국민기업화 방침을 내세워 KCC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비록 국민주 공모는 무산됐지만 이를 계기로 그룹 계열사간 결속력을 높이는 한편 국민여론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온 전환점이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영권 분쟁 와중에 현 회장은 강명구 전 현대택배 회장과 김재수 경영전략팀 사장, 조규옥 현대증권 부회장, 장철순 현대상선 부회장 등 가신그룹을 대거 퇴진시키는 결단력도 보여줬다. 이후 현 회장은 현대상선ㆍ아산ㆍ엘리베이터 등 주력 계열사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현대상선과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고 정몽헌 회장보다 형식적으로는 그룹 장악력이 커지게 됐다. 경영권 분?종료 후에는 그룹 해체 후 사라졌던 격주제의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영업본부장, 관리본부장 회의를 부활시켰다. 현 회장은 또 그룹 경영전략팀에 이어 지난 4월 말 자신의 집무실도 적선동 현대상선 사옥으로 옮기고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011200)을 중심으로 `포스트 MH`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현 회장에 대한 평가 `유보` 현 회장은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고 정몽헌 회장과 같이 경영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자율경영 체제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은 정례 회의를 주재하며 사장단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조율하는 능력을 지닌 경영자"라며 "그룹 회장과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의장으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력 계열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만 경영권 분쟁 종료 후 4개월 동안 크게 눈에 띄는 점이 없다고 지적하며 실질적으로 오너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런 시각에 대해 현대 관계자는 "아직도 그룹 계열사들을 파악하고 있는 현 회장이 직접 경영권을 행사할 기회가 없었다"며 "지금은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잠시 움추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 회장은 이제 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이달 중순에 발표할 예정인 현대그룹 중장기 비전이 주목되는 것도 첫 시험대라는 의미가 크다. 더욱이 현 회장이 경영상 미숙함을 드러내면 KCC가 경영권 인수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