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를 타고 4시간 이동해 도착한 중소도시 베쿰. 이 곳에 위치한 시멘트 생산 시설 피닉스시멘트공장을 5월 22일 방문했다. 시멘트 공장이라는 선입견을 벗어날 정도로 깔끔한 내부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순환자원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나쁜 냄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1962년 완공 이후 지금까지 가동 중인 피닉스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43만t, 실제 연간 생산량은 연간 40만~52만t 수준이다. 피닉스 공장은 향후 연 60만t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독일의 글로벌 기업인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사의 설비를 활용해 15가지 이상의 다양한 시멘트 제품을 광범위하게 생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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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순환자원 사용률이 100%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질소산화물을 저감할 수 있는 장치인 SCR(선택적 촉매 환원법)가 설치된 곳이라는 특징이 있다.
시멘트는 석회석, 사암, 점토, 철광석 등 자연상에 있는 재료들에 초고온을 가해 반제품 ‘클링커’를 만든 뒤, 이를 곱게 빻아 제조한다. 1450℃에 이르는 열이 필수로 좋은 열원을 확보하는 게 숙제다.
피닉스 공장에서는 폐기물을 연료로 열을 높이고 있었다. 열량이 높은 석탄재나 폐타이어·폐플라스틱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인근 제약사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물질과 동물 사체 등도 열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공장 내부에는 회전식 킬른(소성로)이 한 기 작동하고 있었는데, 지면에서 7m 높이에서 돌아가고 있음에도 엄청난 열기가 바닥까지 전해졌다.
이렇게 열을 가하면 악성물질이 시멘트로 전이되지 않는다. 일정 온도가 넘어가도록 가열하면 오염물질이 분해되기 때문이라는 게 공장 측 설명이다. 여기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R&D(연구개발) 센터에서도 꾸준히 샘플링을 통해 성분을 검사하고 있다.
시멘트 생산에 사용하는 연료는 크게 고운 입자와 굵은 입자로 나눠져 있었다.
먼저 수분이 적어 열을 높이 올릴 수 있는 고운 입자를 메인 소성 공정의 열원으로 투입한다. 실제 고운 입자를 적재해둔 창고에 들어가니 거대한 먼지덩이에 들어간 듯한 느낌은 들었다. 그러나 폐기물로 만든 연료임에도 우려했던 것처럼 냄새는 심하지 않았다. 크레인이 자동으로 연료를 옮기기도 해서 사람의 손이 하나도 쓰이지 않을 정도로 자동화도 돼 있었다.
입자가 거칠고 수분을 좀 더 머금은 연료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도 되는 석회석 원료 예열 공정에 활용한다. 피닉스공장은 에너지 효율성을 일정수준 유지하기 위해 공급처를 7곳으로 다각화했으며, 각 공급처마다 주마다 샘플 테스트를 실시해 함량을 유지하는지 확인한다. 연간 순환자원 사용량은 6만 5000t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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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자원 재활용이 중요한 이유는 탄소중립·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가연성폐기물 중 주로 사용하는 폐합성수지의 열량은 4500~8000kcal/kg이다. 유연탄의 열량이 6000kcal/k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품질이 좋을 경우 유연탄보다 더 높은 열량 함유한 셈이다. 더군다나 유연탄과 동일한 열량을 만드는데 오히려 이산화탄소(CO2) 배출 계수는 21% 낮다.
탄소중립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가연성 폐기물 대체율을 높이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유럽은 2035년까지 순환자원 연료 재활용률을 6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고,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6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아직 국내 시멘트 산업의 재활용률은 유럽에 비해 낮다. 지난 2021년 기준 유럽 재활용률은 52%인데 반해 국내 시멘트산업 순환자원 재활용률은 전체 연료 중 35% 수준이다.
순환자원은 온실가스 저감에도 기여한다. 폐기물을 매립이나 단순 소각하는 과정에도 온실가스는 발생하는데, 화석연료인 유연탄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대체함으로써 국가 전체 온실가스 총량 저감에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해 피닉스 공장에서 사용하는 SCR과 같은 장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 SCR은 공장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에 암모니아나 요소수 등 환원제를 분사한 후 촉매에 반응시켜 질소산화물(NOx)을 저감하는 장치다. 경유 자동차에 요소수를 써서 질소 배기가스를 저감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다만 초기 설치 시 수백억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데다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독일에서는 처음 SCR을 도입할 때 정부가 지원금을 내주므로 보급률이 약 80%에 달한다고 한다. 독일은 폐기물의 매립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규제가 강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이같은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다. 유럽 전체로 보면 SCR의 보급률은 약 20% 수준에 그친다.
만약, 피닉스 공장보다 수 배 크기에 달하는 국내 공장에는 이같은 시설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원이 수반돼야 할 수도 있다. 국내 주요 시멘트 7개사의 생산능력은 피닉스의 100배가 넘는 6000만t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 업체들은 값비싼 촉매제를 사용하지 않는 SNCR(선택적 촉매 환원법)의 효율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 중이다.
티센크루프 폴리시우스사의 기술부문 총괄책임자인 우웨 마스(Uwe Mass)는 “시멘트 및 콘크리트의 완전 탈탄소화 달성에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며 “높은 비용 때문에 한계도 있다면, 기존의 순환자원 재활용 방식과 새로운 감축 옵션을 둘 다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