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 6221대로 최다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 2020년에는 10만 3983대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9만 8781대로 10만대 판매가 붕괴됐다.
내리막을 걷던 경차 시장이 반등에 성공한 건 현대차의 첫 경형 SUV 캐스퍼의 돌풍 덕이다. 올 11월까지 캐스퍼의 판매량은 4만 4493대로 그랜저·아반떼·팰리세이드에 이어 현대차 내수 판매량 4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지난달에는 반도체 수급 완화가 해소되며 5573대를 판매해 월 최다 기록을 쓰기도 했다. 레이도 올 누적 판매량 4만 583대를 기록하며 경차 시장 확장에 기여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 불황 우려가 나오면서 경차 판매량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고유가 지속에 이어 물가 상승까지 겹치자 높은 연비와 저렴한 가격에 경차가 다시 주목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경차는 경기 불황이 호재인 대표적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경차는 15만6521대 판매되며 국내 시장 점유율 27.6%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2000년대 경차 세제 혜택 축소로 하락세를 타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자 부활에 성공했다. 경차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4만 6174대가 판매된 뒤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다가 2012년 21만 6221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 경차 시장이 1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내년에도 경차 판매가 계속해서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30년간 경차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한 한국지엠의 스파크가 올해 단종되기 때문이다. 스파크는 레이와 모닝에 밀렸지만 매년 꾸준히 1~2만대가량 판매량을 보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경형 SUV라는 새로운 차급 캐스퍼의 등장과 경기 불황 등으로 경차 시장이 반등한 것은 맞다”면서도“스파크가 단종되는 상황에서 경차 시장이 더 크기 위해서는 캐스퍼 전기차 등 새로운 모델이 등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