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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끝까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면모를 잃지 않았다. 차기 총재에게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바톤을 넘겼다. 이에 올 연말 기준금리가 연 2.00%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세 차례 더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 8월부터 반년 새 세 차례 금리가 오른 탓에 이미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은 9조6000억원 가량 급증했다. 차주 1인당으로 따지면 연간 50만원 가량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기조, 미국의 조기 긴축,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국채 발행까지 고려하면 대출금리는 위로 더 뛰면서 이자 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 5월 추가 금리 인상설도 등장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임인년 새해 첫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연 1.25%로 높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작년 8월, 11월에 이은 세 번째 금리 인상이다. 한은의 금리 연속 인상은 2007년 7월, 8월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3월말 임기가 종료되는 이 총재의 마지막 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월 24일 금리 결정 금통위 회의가 있지만 세 차례 연속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월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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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세 차례의 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지만 동시에 추가 금리 인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에 파급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의 시차가 있는데 금리 올린 지 5개월이 지났고 이젠 금리 인상 효과를 한 번 계측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의 경제 흐름과 중립금리 수준 등을 보면 기준금리가 1.50%가 된다고 해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작년(2.5%) 수준을 넘어 2% 중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상당기간 3%대가 예상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물가상승세가 잦아들지만 그래도 물가목표치 2%를 웃돈 2%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 종료와 함께 정책금리 조기 인상, 자산 매각 등 대차대조표 축소 등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는 등 긴축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점도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했지만 생각보다 연준 긴축 기조가 빨라진다면 이는 (금리 인상의)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주요 기관들은 금리 인상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올해말 기준금리 수준을 연 1.75%에서 2.00%로 상향 조정했다. 앞으로 세 차례 더 올린다는 얘기다. 키움증권은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새 정권이 들어서는 5월로 내다보기도 했다. 다만 JP모건은 올 3분기 추가 인상을 전망하기도 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기준금리는 명목 중립금리 대비 여전히 완화적이고 금리를 몇 차례 더 올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아직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너무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우려 역시 아직 수요측 과열보다 공급측 요인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 이주열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은 정부 역할”
반 년새 세 차례나 금리를 올린 탓에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이미 10조원 가까이 급증한 상황이라 추가 금리 인상은 가계 이자 부담을 크게 늘릴 전망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와 변동금리 비중(73.6%)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세 차례 금리 인상(대출금리도 0.75%포인트 상승 가정)으로 가계 이자부담은 연간 67조3000억원으로 9조6000억원 증가하고 1인당 차주 부담액은 338만원으로 48만4000원 늘어난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가계 대출금리의 지표금리가 되는 시장금리가 오를 유인이 많다. 미국의 조기 긴축, 추경 예산안에 따른 적자 국채 발행 증가 등도 시장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14일 한은이 차기 총재 체제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정부가 14조원의 추경을 적자 국채를 발행해서 편성하겠다고 밝히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거래일 만에 다시 2%를 넘어섰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추경이나 연준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3년물, 10년물 국채금리가 작년 고점 수준인 2.1%, 2.5% 가깝게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계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91일물 CD 등을 끌어올릴 수 있다. 91일물 CD금리는 1.43%로 올라 금리 인상 전인 작년 7월 말(0.70%)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특히 가계대출은 잔액 기준으로 변동금리 비중이 11월 말 75.7%에 달해 대부분의 대출이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족족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에 대응해 각자가 안전밸트를 단단히 매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부채는 감축하고 변동금리 비중을 줄이는 등 금리 변동 위험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통화정책은 성장, 물가, 금융안정을 보고 해나가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정부의 역할”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한은보다는 정부 몫이란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