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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도소 "거짓에 굴하지않아"..'신상공개 고대생 사망' 논란

박지혜 기자I 2020.09.05 17:19:1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디지털 교도소’가 신상을 공개한 고려대학교 학생 A(20) 씨의 사망과 관련해 비난이 잇따르자 “거짓 주장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는 5일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고파스’의 악플 테러로 인해 잠시 댓글을 막겠다. A 무고에 대한 반박 글은 곧 게시될 예정”이라며 이같이 알렸다. ‘고파스’는 고려대 커뮤니티다.

디지털 교도소가 ‘지인 능욕범’이라며 신상을 공개한 고려대학교 학생 A(20) 씨가 지난 3일 사망했다 (사진=디지털 교도소 캡처)
전날부터 고파스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에는 A씨 동기들의 글이 올라왔다.

그 가운데 한 학생은 A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에타에 올라온 A 관련 문제의 디지털 교도소 박제 글을 보고 너무나도 억울하고 화가 나서 이 글을 쓴다”고 밝혔다.

해당 학생은 A씨 관련 의혹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A씨가 디지털 교도소에 이른바 ‘지인능욕범’으로 올라온 후 “온갖 악성 댓글와 협박 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A씨가) 7월에 한 번 쓰러졌었다. 그리고 8월 한 달 동안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복학하기로 마음 먹고 서울로 올라온 다음 날, 어제(3일)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수사 결과가 진행되는 대로 업데이트 하겠다”고 밝혔다.

A 씨는 디지털 교도소에 자신이 ‘지인을 능욕하기 위한 음란물을 공유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자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7월 A씨를 ‘지인능욕범’으로 지목하며 얼굴과 학교, 전공, 학번에 이어 휴대전화 번호 등 신상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또 A 씨가 음란물 제작을 요청한 증거라며 누군가와 주고받은 텔래그램 메신저 내용과 음성 녹음파일 등도 올렸다.

A씨는 이후 고파스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디지털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내가 맞다”면서도 “그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범행 사실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을 누른 적이 있다”며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한테 휴대전화를 빌려준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A씨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 사이트 가입이 화근이 돼 전화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디지털 교도소에는 운영자를 비판하는 글과 함께 진상 규명을 바라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현재 디지털 교도소는 A씨의 신상정보와 A씨의 해명 글을 함께 공개하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는 또 “피해자 측은 A씨가 진짜 가해자일 경우와 해킹으로 인한 피해자일 경우를 모두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어떤 방향으로 대처를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모든 이들이 디지털 교도소의 불합리성에 대해섬나 논쟁하고 있다”며 “피해자 측은 디지털 교도소 자체에 대한 논쟁은 우선적으로 이 사건의 가해자가 밝혀지고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와 공론화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 왈가왈부해도 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A씨를 감싸고 공론화를 막는 것이 학교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며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사과를 시키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한편,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들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및 조력자 검거를 위한 수사에 나선다”며 “체포되는 운영자 등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사이트 차단을 요청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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