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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되면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인 국정농단 사건의 상고심 재판에도 중요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14~15일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삼성물산과 관계회사인 삼성SDS,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 주거지, 한국거래소 등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 분석 작업 중이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 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수사력이 삼성바이오 관련 의혹 규명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압수수색과 관련해 “추가로 수사가 진전된 부분이 있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이라며 “디지털포렌식 작업이 필요해 압수물 분석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문제와 연관됐나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한 검찰이 두달여 만에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당시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과 함께 이들 기업의 회계감사와 기업평가를 맡은 삼정·안진·삼일·한영 등 4개 회계법인을 압수수색했다.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측을 압수수색한 것은 분식회계 의혹의 고의성 입증을 넘어 그 배경까지 규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찰 수사는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약 4조 5000억원대 고의 분식회계를 벌인 혐의로 삼성바이오를 고발하면서 시작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1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고 2015년 이 회사를 종속회사로 편입 후 다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회계 분식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회계처리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비율(1대 0.35) 문제와 연관됐다고 보고, 검찰은 당시 미래전략실 등 윗선의 관여 여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산정되도록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가치를 분식회계를 통해 고의로 부풀렸는 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약 23%를 보유한 대주주였고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 대주주(46.79%)였다. 당시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가 돼 그룹 지배력이 커졌다.
거래소 압수수색은 2014~2015년 적자 상태였던 삼성바이오의 코스피 상장과정에 금융당국의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매출이나 이익이 부족해도 미래 기대가치가 큰 키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거래소가 2015년 11월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한 게 삼성바이오의 상장을 돕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냐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삼성 측 관계자를 소환해 제기된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영권 승계 규명, 직접 증거 아니어도 대법관 심증에 영향”
검찰의 이번 수사는 이 부회장의 뇌물사건 상고심 재판과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약 16억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약 204억원)에 대한 제 3자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정한 청탁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금액(약 36억원) 등만 뇌물로 인정해 원심(징역 5년 실형)을 깨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사건을 종합해 심리하고 있다.
법률심인 상고심은 하급심에서 확인된 사실이 아니면 자체적으로 사실 관계를 판단할 수는 없다. 검찰이 삼성그룹 경영 승계 규명 자료를 대법원에 제출해도 이 사건의 직접증거는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이 부회장 뇌물사건 상고심 재판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삼성 측) 변호인들이 사실심을 거치지 않은 불법 증거라고 주장해도 대법관의 심증 형성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