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대 보수화 이유는 반공교육 때문’, ‘영향력도 없는 미니정당’ 등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신이 꼰대라는 말에 반발했던 홍 수석이 꼰대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위해 일련의 사건을 정리해본다.
논란의 시작은 홍 수석이 지난달 15일 ‘5.18 망언과 극우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20대가 보수적인 이유에 대해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건 등으로 인해서 우리 당시 젊은 층, 북한에 대해 충격을 받은 것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 학교 교육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반공 교육”이라며 “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 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 의식을 심어준 것”이라고 발언했다. 20대 보수화의 이유를 불안한 경제 또는 낮은 취업률 등에서 찾기보단 보수정권의 교육 탓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이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20대 남성층의 여권 지지율 하락 배경을 “전 보수정권 시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라고 말해 논란이 커지던 상황에서 홍 수석의 발언이 뒤늦게 전해지며 폭발력이 커졌다. 사태가 커지자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홍영표 원내대표가 직접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리사과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논란을 더 키운 것은 홍 수석 자신이었다. 그는 홍 원내대표가 사과한 날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원내대표가 내 발언을 모르고 사과하신 것 같다. 원내대표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치받았다. 20대 보수화 이유를 분석한 것인데, 자신이 ‘반공교육 받은 젊은 세대 때문에 당 지지율이 적게 나온다’는 취지로 일부언론이 왜곡 보도하고, 야당이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반박이었다.
홍 수석은 이로도 모자랐는지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교수가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도 추천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누가 무너뜨리는지, 극단적 세력과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경계하고 바로 잡아야 될 내용”이라고 추천이유도 설명했다. 여당 수석 대변인으로서 정부여당을 지지해 투표했던 20대 전체를 ‘반공교육 받아 보수화됐다’고 낙인찍은 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논란의 정점을 찍은 것은 지난달 2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다. 자신이 20대 청년들을 ‘신(新)나치’에 비유했다고 주장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을 비판하는 과정에 “저는 그 사람하고 자꾸 엮이는 게 좋지 않은 게 (바른미래당은) 소수정당이잖아요. 저는 1당의 수석대변인인데”라며 “미니정당이고 영향력도 없는 정당인데”라고 비하했다.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 당이 설득에 애쓰고 있는 제2야당을 단번에 ‘영향력도 없는 정당’이라고 깎아내린 것이다.
청년들은 홍 수석 발언에 즉각 반대 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 중앙 대학생 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정책참사로 (20대가)등을 돌리니 이제와 교육을 문제 삼나. 군사정권에서 교육을 받은 설훈·홍익표 의원은 어떻게 민주화를 이루었나”고 반문한 뒤 “20대는 학교에서만 가르쳐준 것을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진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홍 수석이 포함된 86운동권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를 겨냥 “더 이상 86운동권 세대는 청년 세대가 아니다. 특유의 선민의식을 거둘 때”라고 비판했다. ‘영향력 없는 정당’이 된 바른미래당은 홍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 수석이 추천한 책(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책 국문판 홍보자료에는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신호로 ‘정치인들이 경쟁자에게 반국가세력이라는 낙인 찍는다’,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해 행정명령을 남발’, ‘정부가 명예훼손 소송 등으로 비판적 언론의 입을 막는다’ 등을 들었다고 소개한 뒤 “완전 민주당 이야기 총 망라한 것 같은데 도대체 이 책은 왜 들고 나왔나”며 “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또 저자인 레비츠키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젊은 군인들이 집권하면서 한국의 부패와 리더십 부재 문제가 해결됐고 한국은 그로 인해 변두리 국가가 아닌 주도세력이 됐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이 책을 소개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홍 수석은 지난달 25일 라디오의 인터뷰에서 ‘꼰대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미 나이가 꼰대의 나이기는 하다. 그런데 그것은 정말 명백한 가짜뉴스고, 그것은 가짜뉴스에 기초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을 비하한 것에 대해서만 사과했을 뿐 여전히 20대 전체를 매도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 사과도, 언급도 없다.
홍 수석은 스스로 ‘1당 수석대변인’이라는 무게감을 알면서도 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더 키운 사실은 분명하다. 민주당이 20대 비하발언이 불거진 후 급히 만든 ‘청년미래기획단’이 이미 상처받고 실망한 20대를 얼마나 다독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짜 꼰대가 누군지는 우리 모두 분명히 알게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