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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시민행동)은 18일 오후 5시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에서 “안 전 지사 무죄판결은 성평등 사회로의 전환을 기대한 시민에게 큰 좌절을 안겼다”며 “국가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되는 사회에서 더는 살지 못하겠다는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지사를 고소한 김지은(33) 전 충남도 정무비서는 정혜선 변호사의 대독을 통해 발표한 편지에서 “살아있겠다 했지만 건강이 온전치 못하다”며 “죽어야 미투로 인정된다면 죽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판사님들은 제 목소리를 들었는가. 검찰이 재차 확인한 증거들을 봤는가.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면서 왜 묻나. 왜 내 답변은 듣지 않고 가해자 말을 귀담아듣는가”라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상식적인 판결을 하는 판사를 만나게 해달라 간절히 바라는 것이며 (이를 바로잡을 때까지) 이 악물고 살아있겠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피해자가 왜 꽃뱀으로 불리는가’ ‘침묵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 안희정 무죄판결을 규탄한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못살겠다’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씨와 고은 시인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등이 참여했다. 집회는 연사 발언 등에 이어 오후 6시쯤부터 광화문광장을 지나 인사동 거리를 거쳐 보신각을 통해 귀환하는 경로로 행진도 시작했다. 행진 후에는 현수막 찢기 행사와 자유발언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당초 이 집회는 오는 25일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안 전 지사 선고 여파로 일주일 앞당겨 열리게 됐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오전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지사에 대해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강제로 추행하거나 성폭행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을 촉구해온 여성단체들은 선고 당일 서부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무죄판결은 성폭력 사건의 강력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부정하고 여전히 업무상 위력을 좁게 해석했다”며 “피해자가 저항해야 할지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던 상황에 이르게 된 기본적인 상황을 법원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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