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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31억5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재조정하는데 합의했다. 국채 상환 만기를 10년 유예하고, 첫 6년 동안엔 최소 금액만 상환한다는 내용이다. 러시아 정부는 성명서를 통해 “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부담을 줄여주면 유동성이 개선되고 자국 경제 발전을 위해 돈을 더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모든 채권자들이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입장에선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채무 재조정을 통해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러시아의 조치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정학적 지배력을 강하게 다지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빅토르 케이페츠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베네수엘라 정부의 국정 운영에 만족스러워 하지 않지만 경제적 이해 관계를 가진 국가인 만큼 관계 강화를 위해 이번 채무 조정을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가 유예해 준 채무액이 베네수엘라가 갚아야 할 전체 부채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어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베네수엘라의 대외 채무는 총 1500억달러로, 이 중 이자 상환 기한을 지키지 못할 채권이 6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액은 15년래 최저치인 100억달러에 불과하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13일까지 갚아야 했던 20억달러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베네수엘라가 사실상 디폴트 상태라고 선언했다. 피치는 전날 베네수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로 강등했으며, 앞서 S&P도 베네수엘라의 장기 외화표시 국가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두 단계 내렸다.
한편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에 빌려준 자금에 대해선 별도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