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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할 부채 7억5000만유로를 만기상환일보다 하루 일찍 조기 상환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일부 해소됐다. 그러나 그리스는 2주일 뒤면 현금이 고갈돼 자금 수혈이 긴급한 상황이다.
11일(현지시간) 열린 그리스 부채 협상을 논의하는 유로존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에서 몇 가지 진전이 이뤄졌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단기 재정증권 발행 한도를 증액해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추가 협상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더 많은 협상 필요”..‘국민투표’ 허용한 獨
유로그룹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그룹 회의 이후 “시간 및 유동성 제약이 있지만, 우리는 시간과 돈이 부족하기 전에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주간의 유로그룹 회의에선 그리스와 유로존 채권단간의 협상이 진전을 이뤘단 평가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민영화, 세제개혁 등의 문제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금 삭감 및 대량 해고, 올해와 내년 예산수지 목표 등에 대해선 아직도 이견이 크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그리스의 최대 채권자인 독일이 그리스에 긴축 정책 등 경제 구조개혁을 위한 국민투표를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리스 부채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때 국민투표를 하자”고 말했다. 구제금융을 위해 필요한 희생에 대해 그리스 국민들의 공개적인 지지를 얻음으로써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지난 1월 약속했던 긴축정책 중단에 대한 공약 이행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구조개혁을 위한 국민투표는 먼저 그리스측에서 제안했었다. 그러나 이날 바루파키스 장관은 현재로선 국민투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의 국민투표에 난색을 표했다. 그는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한다면 투표를 마치기 전에 이미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로 인해 구제금융 집행이 늦어지고 그로 인해 현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우려다. 그 사이 그리스 은행의 예금 인출 사태도 심각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단기 국채 한도 증액도 현재로선 어렵단 관측이다. 로이터 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ECB가 그리스 정부에 추가 단기 국채 발행을 허용할 만큼 충분한 기초가 닦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 “2주후 현금 고갈”..실질적 협상 시한은 이달 말
그리스는 IMF에 7억5000만유로를 조기 상환하며 디폴트 우려를 잠식시켰지만, 그리스 현금 부족 사태는 여전히 심각하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유동성 문제는 절실히 긴급하다”며 “현재 전망에서 향후 2주후에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리스는 지방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해왔으나 이 역시 역부족인 상황이다. IMF 조기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도 지방정부를 통해서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실질적인 협상 시한도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의 구제금융 기한은 내달 말까지이지만, 그리스에 구제금융이 집행되기 위해선 유로존 각국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이달 말까지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 IMF가 올해 그리스 예산적자 가능성을 이유로 72억유로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더 큰 난항에 빠지게 됐다. 쇼이블레 장관은 IMF의 지원 없이는 그리스 구제금융 집행을 위한 독일 의회 승인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