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멋이 살아 숨 쉬는 고장, 예천 금당실 마을

조선일보 기자I 2009.06.16 11:43:00

위치 :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상금곡리


[조선일보 제공]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상금곡리 일대가 금당(金塘)이라 불리게 된 것은 마을 지형이 ‘물에 떠있는 연꽃’을 닮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서 십승지지 중 한 곳으로 꼽는 금당실 마을은 조선의 도읍 후보지로 거론됐을 만큼 명당으로 알려진 곳. ‘금당 맛질 반서울’이란 말도 그런 연유로 생겨난 말이다. 맛질은 금당실 마을인 상금곡리와 붙어있는 대제리, 제곡리, 하학리를 아우르는 옛 지명이다.
 
▲ (좌) 복원해 놓은 초가 - (우) 반송재 고택

금당실 마을에선 최근 고택들에 대한 복원공사가 마무리되었다. 지난 2006년 3월 당시 문화관광부에 (현 문화체육관광부) 의해 ‘생활문화체험마을’로 선정된 후, 보존 가치가 높은 일부 고택들에 대해 실시한 보강공사였다.

이번 보강공사를 통해 마을은 한결 민속마을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을 뿐 아니라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몇몇 보충되었는데,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금당 주막’이 대표적이다. 아직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예천의 명물인 삼강주막에 버금가는 명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 금당실 마을 돌담
금당실 마을하면 고택과 돌담을 빼놓을 수 없다. 금당실 마을에는 반송재 고택(문화재자료 제262호)과 사괴당 고택(문화재자료 제337호)을 포함해 10여 채의 고택이 남아있고 이들 고택과 역사를 함께한 정겨운 모습의 돌담도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있다. 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일부 돌담이 헐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대다수의 집들은 옛 모습 그대로의 돌담을 보존하고 있다.

볏짚과 황토를 이용해 차곡차곡 쌓아올린 돌담은 구불구불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마을 깊숙이 이어진다. 네모반듯하게 올라간, 깔끔하지만 삭막한 도시의 그것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그렇게 이어진 돌담을 따라 마을산책을 하다보면 마치 조선시대 선비라도 된 듯 발걸음까지 느긋해 진다.

재미있는 것은 마을 입구에서 만나는 마을 주민마다 ‘골목에서 길 잃어버리지 마시게’라고 농담을 던진다는 것.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의아스럽지만 막상 7km에 걸쳐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주민들의 말이 농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  (좌) 돌담 위에 핀 들꽃 - (우) 금당실 마을 돌담길은 7km 정도 이어진다

키 작은 돌담을 따라 걷다보면 의외의 장소를 만나기도 한다. 바로 흙길. 마을 안 대부분의 도로가 포장되었지만, 아직 마을 곳곳에 옛길이라 불리는 흙길이 조금씩 남아있는데, ‘지게나뭇길’로 불리는 좁은 비포장 골목도 옛길로서의 운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길 중 하나이다. 양옆으로 기와를 얹은 돌담과 이엉을 얹은 돌담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어 더욱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 구석구석 보석처럼 숨어있는 옛길을 찾아보는 것도 금당실 마을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재미다.

금당실 마을에서는 ‘양반체험’과 ‘농촌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마을체험센터 증축공사 기간 동안 잠시 중단했던 체험프로그램은 마을체험센터가 재개관하는 오는 6월30일 이후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금당실 송림(천연기념물 제469호)’도 금당실 마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쑤’라고 불리는 이곳은 내륙지방에서는 흔하지 않은 소나무 방풍림이다. 예전에는 그 길이가 2km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800m 정도만이 남아있는데, 방풍림이 이렇게 줄어든 것은 금당리 마을에 숨겨진 슬픈 역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892년 마을 뒷산인 오미봉에서 몰래 금을 채취하던 러시아 광부 두 사람을 마을 주민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조선과 러시아간 외교문제로 비화되어 마을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말았다. 마을주민들은 고심 끝에 마을의 공동재산이었던 이 소나무를 베어 러시아 측에서 요구하는 배상금을 충당하게 되었고, 그렇게 베어내고 남은 것이 지금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오랜 세월 천재(天災)와 인재(人災)로부터 마을을 지켜준 송림에 대한 마을주민들의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당실 송림 가운데로는 산책로가 나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삼림욕을 즐겨볼 수도 있다. 봄이면 금당실 송림과 어우러진 벚꽃 길도 멋스럽다. 벚꽃 길은 금당실 송림이 시작되는 마을 입구에서 928번 지방도를 따라 용문사 입구까지 8km 정도 이어진다.

▲ (좌) 금당실 마을 송림 - (우)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마을체험센터

▲ (좌) 60년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 이발관 - (우)  60~70년대 분위기가 남아있는 금당실 마을

60~70년대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금당실 마을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나영, 장혁 주연의 ‘영어완전정복(2003년)’과 정재영, 수애 주연의 ‘나의 결혼 원정기(2005년)’ 등의 영화가 금당실 마을 고택에서 촬영되었으며, KBS 드라마 ‘황진이(2006년)’의 주요 촬영무대였던 병암정(문화재 자료 제453호)도 금당실 마을에서 지척이다.

특히 병암정에서는 황진이(하지원 분)와 김은호(장근석 분)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 명장면들이 많이 촬영되었는데, 김은호와 황진이의 첫 키스 장면과 김은호가 반지를 실에 끼워 황진이에게 전하는 장면 등이 모두 이곳 병암정에서 촬영되었다. 현재 병암정에서 드라마 세트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그 감동만은 아직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 초간정
병암정에서 차를 돌려 928번 지방도로를 따라 동로 방향으로 조금 가면 금당실 마을을 지나 왼쪽으로 초간정이 보인다.

예천군 보문면 죽림리에 위치한 문화재자료 제143호인 초간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지은 초간 권문해(1534~1591)선생이 세운 정자로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모습이 멋스럽다.

보물 제878호인 대동운부군옥 책판(부)고본은 예천권씨 종택에 모셔져 있다.

▲ 초간정 뒷마루
초간정을 지나 다시 조금 더 차를 몰면 원류 삼거리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에서 우회전하면 예천을 대표하는 사찰, 용문사에 닿을 수 있다.

신라천년 고찰인 소백산 용문사는 그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대장전(보물 제145호)과 윤장대(보물 제684호) 그리고 목각좌상 및 목각탱(보물 제989호)과 교지(보물 제729호) 등 많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용문사와 함께 2007년 예천바이오곤충엑스포를 준비하면서 건립한 예천곤충생태체험관과 예천천문과학문화센터 등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들. 특히 예천천문과학문화센터에서는 천문관측은 물론 가변중력체험, 우주자세제어체험, 달중력체험 등 다양한 우주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백미는 예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스페이스타워 전망대에서 체험하는 우주유형체험. 우주유형장치란 우주공간에서 우주인이 작업을 위해 사용하는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스페이스타워 전망대 난간에 설치되어 있는 우주유형장치 역시 체험자가 조정 레버를 조작해 상하좌우로 이동시켜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 (좌) 용문사 전경 - (우)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 여행정보 

▲ 예천곤충생태체험관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예천군청 : http://www.yecheon.go.kr
- 금당실 정보화 마을 : http://geumdangsil.invil.org
- 용문사 : http://www.yongmoonsa.org
- 예천곤충생태체험관 : http://ycinsect.go.kr
- 예천천문과학문화센터: http://www.portsky.net

○ 문의전화

- 예천문화관광과 : 054)650-6395
- 금당실 정보화 마을 : 054)654-2222
- 예천곤충생태체험관 : 054)652-5876
- 예천천문과학문화센터 : 054)654-1710

▲ 예천천문과학문화센터 내 천문대 주관측소
○ 대중교통

[ 기차 ]
- 서울-예천, 서울→김천(환승)→예천 3회 운행, 약 5시간 소요
- 부산-예천, 부산→김천(환승)→예천 3회 운행, 약 4시간 소요

[ 버스 ]
- 서울-예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1회 운행, 2시간 30분 소요
- 부산-예천, 부산노포동동부주차장 1회 운행, 4시간 30분 소요
- 대구-예천, 북대구시외버스터미널 10회 운행, 1시간 30분 소요

○ 자가운전 정보

[서울-예천]
서울→경부고속도로→신갈 분기점→영동고속도로→만종 분기점→중앙고속도로→예천 나들목→928번 지방도 예천방면→예천읍→용문면→금당실 마을

[부산-예천]
부산→대구부산고속도로→금호 분기점→중앙고속도로→예천 나들목→928번 지방도 예천방면→예천읍→용문면→금당실 마을

[대구-예천]
대구→중앙고속도로→예천 나들목→928번 지방도 예천방면→예천읍→용문면→금당실 마을

○ 숙박정보

- 파라다이스호텔 : 예천군 예천읍 노하리 054)652-1108
- 대연호텔 : 예천군 예천읍 동본리 054)652-0988
- 그랜드모텔 : 예천군 예천읍 대심리 054)652-9000
- 예천장 : 예천군 예천읍 상리 054)655-0505
- 모텔오케이 : 예천군 용궁면 월오리 054)652-2345
- 공항파크모텔 : 예천군 개포면 장송리 054)653-0115
- 리버사이드모텔 : 예천군 지보면 암천리 054)852-0500

○ 식당정보

- 송포정통복어집 : 예천군 예천읍 남본리, 복탕 054)655-5959
- 백수식당 : 예천군 예천읍 남본리, 육회 054)652-7777
- 황도령휴게가든 : 예천군 예천읍 상리, 소등심 054)654-2788
- 전통복어 : 예천군 예천읍 노하리, 복탕 054)654-6622
- 새골목식당 : 예천군 예천읍 노하리, 한정식 054)652-1345
- 예천송어회집 : 예천군 용문면 하학리, 송어회 054)655-8923
- 흥부네토종한방순대 : 예천군 용궁면 읍부리, 순대국밥 054)653-6220

○ 주변 볼거리

예천진호국제양궁장, 석송령, 회룡포, 예천온천, 학가산 우래 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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