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칸 영화제 특수 기대
박찬욱 감독이 "10년을 기다려온 영화"라며 스스로 기대감을 표현해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인 '박쥐'는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송강호)가 친구의 아내(김옥빈)를 탐하면서 벌어지는 치정 멜로물이다. 제작비 60억원의 절반을 미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계열사인 포커스 피처스가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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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고현정 주연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5월 14일 개봉한다. 해외 영화제가 사랑하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5월 28일로 개봉일을 확정했다. 김혜자, 원빈 주연으로 살인범으로 몰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홀로 범인을 찾아 나서는 어머니의 사투를 그렸다. 이 작품은 봉준호 감독이 '괴물' 이전부터 준비해 온 프로젝트로 촬영 초반 일본과 프랑스에 먼저 판매됐다.
감독의 유명세를 탄 작품들이 5월에 개봉을 확정한 건 특히 '칸 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 '박쥐'와 '마더'를 배급하는 CJ엔터테인먼트의 최민수 대리는 "전통적으로 2~3월에는 아카데미 영화제 수상작 등이 쏟아지기 때문에 이를 피해 4~5월부터 한국 영화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면서 "올해는 유명 감독 작품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5~6월을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엔 통상 한 국가에 한 작품 정도 초청되는 게 보통이지만 세 감독 모두 해외 영화제의 호평을 받은 전력이 있어, 이들의 경쟁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5월 전쟁'
할리우드의 황금 시즌은 방학 시즌인 7~8월이 보통. 미국의 노동절인 9월 초까지 대작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 기본이었다. 우리의 '현충일'과 비슷한 개념의 메모리얼 데이(보통 5월 마지막 월요일·주(州)마다 약간 차이 있음)를 시작으로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는 10대를 타깃으로 한 '중량급' 작품들로 '잽'을 치고 나가는 게 트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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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문율이 깨진 것은 '스타워즈' 시리즈부터. 1988년 9월 6일자 뉴욕타임스는 "1977년 5월 25일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4(시리즈 1편에 해당하는 작품)' 이후 '5월(메모리얼 데이) 대작'이라는 공식이 생겼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이후 지난해 8월 개봉(미국 기준)한 '스타 워즈―클론 전쟁' 전까지 6편 모두 '5월 개봉' 공식을 따르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포함, 최근 10년간 '5월 블록버스터 대공습' 공식은 이어진다. 1998년 '고질라'를 시작으로 '스타워즈 에피소드1'(1999), '미션 임파서블 2'(2000), '슈렉 2'(2004),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2007), '인디애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 등 대작들이 다른 작품들을 '녹다운'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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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식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이 5월 7일, '천사와 악마'는 5월 14일(미국은 15일), 성인이 된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가 기계군단과 전쟁을 벌이는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은 5월 22일(미국 21일)로 개봉을 확정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출연하지 않는다. '박물관이 살아있다2' 역시 5월 22일 개봉. LA타임스는 이에 대해 "전통적인 여름 시장에서 메모리얼 데이· 독립기념일 등으로 시장 공략 날짜가 앞당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
▲ 봉준호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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