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기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사실상 금융업간 장벽이 없어지면서 증권·자산운용업계도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증권·자산운용업계는 자통법 시행초기 시장 주도권을 잡아 선두주자로 자리잡기 위해 사업부문별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래의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증권사의 비지니스 모델이 선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경우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통법 시행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신용공여, 지급결제, 투자자보호 등 주요 이슈별로 테스크포스팀(TF)를 구성해 운용해 왔다. 또한 업무영역 확대 차원에서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선물업, 헤지펀드, 집합투자업 등 법으로 허용된 모든 업무에 참여한다는 계획으로 막바지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 신규사업 진출준비 한창..조직개편 단행 그동안은 증권사의 취급상품인 유가증권이 열거주의로 규정돼 있어 신상품 개발시마다 법률을 우선적으로 개정해야 했다. 그러나 자통법이 시행돼 유가증권을 포괄주의 방식으로 정의하게 되면 다양한 투자상품의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아울러 업종간 영역이 사라지게 돼 종합금융투자업의 영위가 가능하게 된다.
삼성증권(016360)은 자통법이 시행되면 IB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작년 9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글로벌 IB수준의 `선진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오픈하고 전담조직을 확대하는 등 준비작업을 해왔다.
또한 강화되는 차이니즈 월(Chinese Wall) 기준에 맞춰 자기자본투자(PI) 기능을 IB에서 분리하는 등 일부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실내 자통법을 전담하는 TF팀을 구성했다. 전담 TF팀에서는 자통법의 진행경과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자산운용사업 총괄을 위한 `한국투자운용지주`를 출범시켰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펀드판매사로서 증권사의 자회사로 자산운용사를 거느리고 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사전에 없애고, 자산운용업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005940)은 소액결제서비스가 허용되면 기업고객을 위해 기업자금 및 여주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신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퇴직연금,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컨설팅의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과 연계한 복합상품을 개발해 연내 출시할 예정"이라며 "IB사업부에서도 실물자산 관련 구조화상품 등 새로운 사업을 위한 준비를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006800)은 금리선물을 중심으로 선물업 진출을 준비중이다. 다년간 채권운용을 하면서 금리선물을 이용해 헤지를 해온 만큼 이 부분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인력을 확보한 경쟁력을 우선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향후에는 환선물은 물론 상품선물, 해외선물 등 금융투자회사의 기본업무 영역에 속하는 업무들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차별화된 자산관리서비스 선봬..헤지펀드 진출 `관심`
증권사들은 자통법을 계기로 신상품 개발과 더불어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동양종금증권(003470)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고객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자산관리 부문을 보다 차별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선진국형 종합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를 신설했다.
미래에셋증권(037620)도 고객별 맞춘 자산관리서비르를 제공하기 위해 웰스매니지먼트(WM) 시스템을 개발했다. 개발펀드의 경우 펀드내 국가별 비중추이, 리스크 및 목표당성률 분석 등 펀드가입 고객들이 투자목적이나 자금의 성격에 적합한 펀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IB 영업과 연계한 상품개발에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게자는 "투자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상품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기존 주식이나 채권 뿐만 아니라 주가, 이자율, 환율, 신용, 실물(원자재) 등과 연계한 신종 금융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리선물과 같은 장내파생상품 중개업 인가도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해 자산관리 영업의 전략적 추진을 위해 자산관리영업본부를 신설, 상품개발과 유통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헤지펀드, 해외교포 대상 비즈니스 등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위한 추진전략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003450)의 경우 자통법을 수익원 다변화의 기회로 보고 사업부문별 수익성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현대증권은 자산관리 서비스의 무게중심을 상품에서 서비스로 일부 이동시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펀드를 골라주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초이스&케어` 서비스를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자산운용사 설립을 위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본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증권사들은 헤지펀드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2월 싱가포르에 설립한 헤지펀드 전문회사인 K-아트라스를 통해 헤지펀드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가자본 1억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에 작년 7월부터 운용중인 헤지펀드를 통해 트렉 레코드를 쌓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다른 헤지펀드에 간접 운용하는 방식이 아닌 직접운용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면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주식, 채권, 실물자산, 환율 등에 투자해 연 20~25% 목표수익률로 국내 시장 개방에 대비한 트렉레코드를 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헤지펀드 마케팅 전문인력을 채용해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증권(006800)도 헤지펀드의 직접 운용을 위해 지난해부터 딜링룸에 헤지펀드 팀을 만들어 운용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펀드판매와 관련해선 영국의 에스팩트캐피탈 등 전문운용사들과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판매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며, 올 상반기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헤지펀드 설립 및 운용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 `적합성 원칙` 시행..`금융상품 완전판매`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증권사들은 자통법 시행이후 `적합성 원칙`에 따른 투자자 보호가 강화됨에 따라 금융상품 완전판매를 위한 대비도 한창이다.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등급 분류와 더불어 투자성향에 따라 고객유형을 세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직원이 준수해야 할 내용을 담은 `투자권유준칙`을 제정해 회사 사규에 포함해 운영키로 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층 고객에 대한 무분별한 위험상품 권유를 제한하기 위해 일정 투자경험이 없는 65세 이상 노인고객에 대해선 파생상품 종류의 투자권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준비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상품 판매전에 직원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인증 시스템을 통해 교육이수자만 해당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동양종금증권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표준투자준칙을 반영한 교육을 전지점과 고객지원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향후 지속적인 화상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고객의 투자성향과 적합성 원칙에 기반한 신영업프로세스를 구축, 작년말부터 시행중이다. 아울러 고객이 자신의 투자목적에 맞는 상품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얻었는지 임직원 스스로가 체크해 혹시라도 필요한 정보가 고객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체크3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전지점에 표준투자권유준칙 홍보 포스터를 부탁하고, 인트라넷 및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웹상에서도 과련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온오프 강의를 통한 교육을 수시로 진행키로 했다.
대우증권은 투자자보호 관련 TF팀을 구성해 상품판매 과정은 물론 상품개발에서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개입될 여지가 없도록 프로세스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투자권유 프로세스를 전산으로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통법 시행시기에 맞춰 오픈할 계획"이라며 "모든 거래고객의 `투자자정보 확인서`상의 투자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작업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도 판매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및 주식관련 상품에 대한 고객자산관리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쟁판매사와 비교해 차별화된 고객서비스 방안 을 강구키로 했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방송을 통해 매일아침 전판매 프로세스 준수를 위한 연수를 시행중"이라며 "직원들의 금융상품지식 및 판매능력 향상을 위해 증권관련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기 위한 사내학점 마일리지제도 운영키로 했다"고 말했다.
◇ 자산운용사, 자통법 맞춰 펀드약관·컴플라이언스 보완 `한창` 자산운용사들도 자통법 시행초기에 펀드 불완전판매가 화두라는 점을 감안 기존 펀드의 투자위험등급 분류작업을 진행중이다. 또한 컴플라이언스 기준도 자통법에 맞춰 보완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신상품 출시보다는 기존 펀드가 투자자성향에 맞게 원할하게 판매될 수 있도록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다만 표준투자준칙 도입으로 다양한 상품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간성향 상품개발도 장기적으로 추진중이다.
삼성투신운용은 현장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마케팅부문을 통합하고 직판영업팀 및 채권4팀 등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아울러 판매사 프라이빗뱅킹(PB)을 대상으로 상품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고객대상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 관계자는 "향후 집합투자준칙 등에 따라 펀드판매 직원에 대한 사전교육이 중요해지는 만큼 판매사나 고객 요청시 언제든지 지원업무가 가능하도록 전문인력을 충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상품 출시와 관련해선 펀드수퍼마켓 전용 인덱스펀드 출시를 고려중이다. 아울러 상장지수펀드(ETF)가 현재는 주가지수연동 ETF만 상장돼 있지만 자통법이 시행되면 리버스ETF, 레버리지ETF, 실물ETF 등 다양한 ETF가 가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관련 상품 출시도 협의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도 판매사 교육요청에 대비해 표준투자준칙 및 펀드투자에 대한 강의 자료를 작성,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와함께 투자대상 확대에 따른 신규펀드 출시를 위해 시장조사를 꾸준해 병행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컴플라이언스팀에서 관련법 변경에 따른 직원 숙지를 위한 사내교육 및 테스트를 지난 1년 전부터 꾸준히 정기교육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이 자산운용협회 등의 기관을 통한 자통법 전문과정을 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UBS자산운용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들도 자통법 이후 달라지는 펀드 용어로 인해 약관, 투자설명서 등의 변경작업과 더불어 유형분류 및 펀드신고서 작성작업에 분주한 모습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통법이 시행되면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지만 초기에는 불완전 판매가 최대 이슈라는 점에서 신상품 개발보다는 기존펀드를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원할하게 판매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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