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세계경제를 보는 틀

하상주 기자I 2007.01.08 12:20:00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이 칼럼에서 이미 여러 번 밝힌 것처럼 나는 지금의 세계 경제를 불안하고, 불균형 상태이고,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계속해서 지금의 상태가 언제인가는 정상의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해왔고, 그 회귀 과정에서 투자가들은 투자 손실의 위험이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이런 불행한 일은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다시 2007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의 글은 새해를 맞이한 기념으로 내가 보고 있는 지금의 세계 경제 모습을 단순화하여 그림으로 나타내고 다시 한번 내 자신의 설명 모형을 점검하고자 한다.

위 그림의 중심은 역시 미국이다. 위 그림의 왼쪽은 미국 경제의 모습을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서로 연결하여 나타낸 것이고, 위 그림의 오른쪽은 미국 경제가 해외부문과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미국이 오래 동안 생산(=소득)이상 소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 결과 과잉 소비는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수입을 낳는다. 해외에서 수입을 하려면 어디서 돈을 구해 와야 한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빚을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지고 있는 자산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것이다.

만약 가지고 있는 자산을 팔아서 돈을 마련한다면 이는 자산의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자산 가격 특히 주택 가격이 많이 올라갔던 것을 잘 알고 있다. 즉 미국 가계는 자산을 팔았다고 보기 어렵다. 즉 새로 돈을 빌린 것이다

돈을 빌리면 돈의 값 즉 이자율이 낮은 것이 좋다. 또 이자율이 낮으려면 물가가 낮아야 한다. 이것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미국과의 거래에서 흑자 달러를 가진 중국이었다. 중국은 낮은 임금으로 물건을 만들어서 낮은 값에 미국에 팔았고, 그렇게 번 달러를 다시 미국의 채권에 투자했다.
 
나아가서 중국의 성장은 세계 원자재 가격, 특히 원유 가격을 올렸고, 원유생산국들 역시 원유를 팔아서 번 달러를 미국의 채권에 투자했다. 즉 미국은 비록 무역적자를 보고 있지만 그 덕분에 값이 싼 제품을 소비하고,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미국의 가계는 어떻게 돈을 빌린 것인가? 가계가 기업처럼 채권을 발행한 것인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 가계는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빌린 돈에 이자를 준다. 이는 마치 가계가 채권을 발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이 가계에 낮은 금리로 쉽게 돈을 빌려주자 이것은 주택의 가격을 올렸다. 주택 가격이 올라가자 빌린 돈으로 집을 싼 가계는 부자가 되었다. 그래서 소득에서 저축을 하지 않고 모두 소비할 수 있었다. 즉 미국 경제는 부채에 의존한 경제이고, 자산에 의존한 경제이고, 소비에 의존한 경제가 되었다.

그런데 2006년에 그동안 가계에 신용(부채)을 공급하는 매개 역할을 해왔던 주택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미국 중앙은행은 계속해서 단기 정책 금리를 올려왔다. 그러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에 신용을 공급했던 금융기관은 별로 겁을 먹지 않고 있다. 그리고 2006년에 미국 금융기관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이것은 그만큼 지금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신용이 풍부하게 흘러 다니고 있다는 말이다. 또는 지금 미국 금융시장의 힘은 주택 가격의 하락이나 중앙은행의 아주 조심스러운 단계적인 금리 인상은 충분히 흡수할 정도로 몸집이 켜져 있다는 말도 된다.

미국 금융시장이 마치 괴물처럼 신용을 확대하는 원리는 이미 앞에서 본 낮은 금리 외에 다른 두 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신용공급에 따라다니는 위험을 막아주는 보험 상품 즉 파생상품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신용을 공급할 때 조심해야 할 위험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신용이 부도가 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달 금리와 대출 금리와의 만기별 불균형이다. 대출 금융기관은 파생상품을 이용해서 이런 위험을 막고 있다.
 
미국으로 자금이 모이는 다른 또 하나는 세계적인 금리 차이를 이용한 투자, 즉 캐리 트레이딩이다. 일본 엔을 낮은 금리로 빌려서 이를 미국 달러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두 가지 투자 위험이 있다. 하나는 금리 차이가 좁아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율이 불리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금리 차이에 대해서는 양국의 중앙은행이 보험을 대신 들어주고 있고(?), 환율의 움직임은 마찬가지로 파생 상품으로 보험에 들고 있다.

이상으로 위 그림에 대한 설명 즉 지금의 세계 경제가 돌아가고 있는 방식을 마치면서 파생상품이 가진 보험성에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보통 보험이란 이것이 진정한 보험이 되려면 마치 자동차 사고나 화재처럼 사건이 서로 독립적으로 일어나야 하고, 우연히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경제 또는 금융 사건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간다. 그러므로 사건이 없을 때는 보험이 필요 없고, 사건이 터질 때는 보험이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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