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안근모특파원] 미국에서 파는 공산품들은 값이 매우 싼 편이다. 지난해 미국에 이사와 살림 살이를 장만하느라 한동안 쇼핑몰을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엄청나게` 싼 값에 현혹돼 불필요한 지출도 제법 했다.
미국의 공산품 값이 이렇게까지 싼 것은 물건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 오기 때문이다. 싸다 싶은 물건에는 거의 예외 없이 `Made in China`라고 찍혀 있다. 한국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값이 싸긴 하지만, 미국에서 팔리는 중국제에 비할바가 못된다.
그러나 일년 넘게 미국에 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미국의 공산품 가격이 사실상 그렇게까지 싼 것은 아니며, 특히 중국산 제품은 거의 예외 없이 `비싸다`는 결론을 개인적으로 내렸다. 품질이 너무나 조악하기 때문이다. 누적된 좋지 않은 경험이 그런 `편견`을 만들어냈다.
하나에 70달러 밖에(?) 안되는 값에 이끌려 두 대나 산 중국산 자전거는 한 두 번 비를 맞고는 금세 시뻘건 녹을 덮어썼다. 변속 기어가 제대로 작동을 않는다 싶더니 결국에는 완전히 망가져 바퀴조차 돌지 못하게 만들었다.
속도 측정기가 달린 야구공은 열번에 아홉번은 작동을 않고, 양식용 포크와 나이프는 단 한 번의 설거지에 녹이 슬어 버리는 바람에 못쓰게 됐다.
이렇게 본의 아니게 일회용처럼 쓰고 버린 물건을 나열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30달러에 산 전자레인지가 탈없이 쓰고 있는 거의 유일한 중국산 물건이다.
한국에서도 중국 제품이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이렇게까지 품질이 나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파는 중국 제품의 품질이 유난히 나쁜 이유가 무엇일까. 기자는 두 가지 이유를 떠 올렸다. 값이 유난히 싸기 때문이고,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구매력을 쥐고 있는, 그리고 엄청난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중국의 납품기업들에게 엄청나게 낮은 가격을 요구할 것이다. 중국 업체들이라고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이 아니니 만날 손해를 볼 수는 없을 것이고, 따라서 그들로서는 원가를 낮추려고 온갖 노력을 할 것이다. 김치 파동에서도 봤듯이 중국 기업들의 상도덕 탓만 할 수 없는 시장 매카니즘이 숨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과 달리 미국에는 중국 제품과 품질 경쟁을 해 줄만한 중소기업이 거의 전무하다. 좋든 싫든 미국의 소비자들은 대형 할인점들이 갖다 놓는 조악한 중국산 물건들을 사다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끔 품질이 좋은 일본산 또는 유럽산 제품들도 있긴 하지만, 중국산과의 가격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바구니에 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제보다 싸고 중국제보다 품질이 뛰어난 한국산 제품이라면 `Made in China`에 질린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똑같은 제품이라도 1달러짜리 중국산보다는 5달러짜리 한국산을 살 생각이다. 애국심과는 전혀 무관한 결심이다. 미국의 대형 할인점에서 `Made in Korea`를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