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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가도 AI 접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와인숍 ‘보틀벙커’ 앱에 AI 소믈리에 기능을 더했다. 취향의 맞는 와인을 추천하고 픽업 예약도 연동된다. 도입 넉 달 만에 예약 이용은 40%, 이용자 수는 35% 늘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자사몰 ‘CJ더마켓’에 대화형 서비스 ‘파이(Fai)’를 적용해 소비자 질의에 대응 중이다. AI 추천 상품 구매 전환율은 28.5%에 달한다. 네이버(NAVER(035420))는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한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통한 추천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해외는 이미 한발 앞서 있다. 월마트는 오픈AI와 협업해 소비자가 챗GPT 환경에서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AI가 고객의 대화를 해석해 메뉴를 제시하고, 필요한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구글은 AI 모드와 가상 피팅 서비스를 확장하며 대화형 검색에서 즉시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는 리뷰 요약과 비교, 구매를 한 번에 처리하는 ‘바이 위드 프로’를 운영 중이다.
대화형 AI의 확산이 온라인 쇼핑의 ‘검색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검색어 입력, 필터링, 리뷰 확인, 결제’라는 복잡한 과정 위에서 경쟁해왔다. 그러나 AI의 맥락 인식과 생성 능력이 정교해질수록 소비자는 단 한 번의 질의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 “30만원대 가성비 좋은 패딩을 찾아줘” 한마디로 추천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질문 한 번, 구매 한 번’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이런 변화가 자리잡으려면 기술의 정확성과 신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추천의 투명성, 데이터 편향, 개인정보 보호 등 문제가 얽혀 있다. 특히 AI가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추천하는지 이용자가 알 수 없다면, 소비자는 광고나 프로모션 의도를 의심할 수 있다. 결국 AI 커머스가 지속 가능하려면 기술 발전만큼 윤리적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가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온라인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바일 시대로 전환될 때 쿠팡과 네이버가 새 판을 쥐었듯 AI 전환기에는 누가 가장 먼저 ‘최적화한 AI 경험’을 구현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브랜드 전략도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검색 노출과 키워드 광고 중심의 마케팅에서, 앞으로는 ‘AI 추천에 선택받는 브랜드’가 시장 우위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기업엔 AI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데이터 구조와 브랜딩 방식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커머스는 ‘검색 쇼핑’에서 ‘디스커버리 쇼핑’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상품을 AI가 대화 등을 통해 제안하고, 우연한 발견이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이러한 변화가 유통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새로운 주도권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