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전문의 칼럼]사타구니 아프거나 양반다리 어렵다면... '골반괴사' 의심해야

이순용 기자I 2024.09.11 06:32:21

이수현 이춘택병원 진료팀장

[이수현 이춘택병원 진료팀장] 얼마 전 故 최진실의 딸 최준희(21)가 ‘골반괴사’로 인해 인공관절 수술을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원인은 루프스 치료 시 사용된 스테로이드 과용이라고 밝혔는데 정확한 진단명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다. 흔히 남성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뼈가 썩는 병으로 대퇴골두(고관절)가 가장 흔하다. 하지만 주상골(손목)이나 대퇴골 과상 돌기(무릎), 상완골두(어깨)등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대퇴골두무혈성 괴사증은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에서 관절염 다음으로 많은 원인을 차지하는 질환으로 음주와 스테로이드와 같은 부신피질 호르몬의 과다 사용이 가장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위험인자가 전혀 없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비교적 젊은 연령인 3~50대에서 주로 발생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약 3배정도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수현 이춘택병원 진료팀장
질환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통증을 느끼게 되면 이미 괴사가 어느 정도 진행 됐다고 볼 수 있다. 주로 서혜부(사타구니)쪽 통증을 호소하는데 척추 질환과 통증이 비슷해 방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척추 질환의 경우 주로 엉치 뒤쪽으로 통증이 발생하는 반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고관절 앞쪽으로 통증이 오며 발을 디디면 통증이 심해 절뚝거리게 되고 양반다리가 어렵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고관절의 운동 범위가 줄어들거나 병이 더 진행 될 경우 다리 길이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X-RAY, MRI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나 초기에는 X-RAY 촬영만으로는 괴사한 부분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치료는 괴사 부위와 괴사 정도 등에 따라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뉠 수 있는데 초기에는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 관찰을 할 수도 있고 약물이나 보존치료를 통해서도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병이 진행된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나뉘어 지는데 진행속도를 늦추거나 인공관절 수술을 피하기 위한 방법과 인공관절수술이 있다. 진행속도를 늦추는 수술방법으로는 다발성 천공술, 감압술, 교정 절골술 등이 있다. 다발성 천공술은 괴사 부위에 새로운 혈관을 형성시켜 괴사를 막는 방법이고 그보다 진행된 경우에는 중심 감압술 혹은 교정 절골술 등으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감압술은 다발성 천공술 보다 더 크게 괴사된 대퇴골두에 구멍 (hole)을 만들어 중심부 압력을 낮춰주고 그 부분에 자가골 또는 동종골을 이식하여 새로운 뼈가 생겨 더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교정 절골술은 뼈를 자른 후 괴사한 부위를 체중이 실지지 않는 부위로 돌려주는 수술로 인공관절의 수명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인공관절 수술을 늦추기 위한 수술방법이다.

괴사부위가 커지면 결국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가장 결과가 확실하며 가장 많이 시행하는 수술방법으로 망가진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고령의 환자라면 다른 수술보다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하는 편이 효과적이지만 인공관절에도 수명이 있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수술을 한다면 이후 재수술이 필요하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은 치료시기를 놓쳐 젊은 나이에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특히 더 조기 진단과 정확한 치료가 중요하다. 평소 과다한 음주를 한다거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한 경험이 있다면 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고관절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바로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은 것이 좋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