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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의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는 1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의대 증원이 곧 보건의료의 붕괴로 이어진다며, 반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범대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정부의 의대 증원이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의료계는 전문가 단체로서 10여년 전부터 필수의료 붕괴를 지적해왔지만, 정부는 근본적 해결책보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고 있다”며 “3년 전 일방적인 발표로 인한 갈등 끝에 9·4 합의를 맺었음에도 정부는 일방통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객관성이 결여된 비과학적인 수요조사 결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을 14만 의협 회원들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지난달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해 정부에 맞서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필수 의협 회장은 삭발까지 거행하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고, 지난 11일부터는 14만 전 회원을 대상으로 한 총파업(진료거부) 찬반 투표에 들어가 이날 자정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연대사에 나선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여자의사회 등 산하 단체들도 입을 모아 정부의 정책 방향을 비판했다. 정지태 대한의학회 회장은 “필수의료 붕괴의 문제는 인원수가 아닌 배치와 신분보장의 문제”라며 “총선을 앞두고 잘못된 정책에 맞선 의료계의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 차기 회장 역시 “기본적 인프라와 재정 확보가 없으면 의료와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정부는 정책을 재검토하고 국민을 위해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는 의협 산하단체들은 물론 울산, 광주, 인천, 대전, 제주 등 전국 지역 의사회 소속 의사들, 의대생 등 약 700명이 모였다. 이들은 추운 날씨로 인해 패딩, 모자 등으로 중무장하고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의대증원 결사반대”, “준비안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된다”등 구호를 외쳤다. 의대생들은 무대에 올라 의사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했고,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 등도 삭발식을 했다.
◇ ‘강경 대응’ 외쳤지만…정부·국민 여론은 ‘싸늘’
의협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보건복지부와 여당 등 역시 불법 행위에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원칙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윤재옥 원내대표가 나서 “의협은 힘을 자랑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더군다나 의협의 주장에 대한 여론도 싸늘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이날 오전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3.4%는 ‘필수 진료과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고, 89.3%는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또한 응답자의 85.6%는 의협의 진료거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조는 정부가 의사들의 반대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의 요구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의협의 결의문 낭독 등을 마친 이후 전 참가자들의 1차 행진(대한문~서울역)은 한파로 인해 취소됐다. 이후 이필수 회장 등 범대위 집행부는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2차 행진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