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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 빅뱅]신흥주자 셀트리온,1세기 역사 제약업계 평정비결②

류성 기자I 2020.06.16 08:35:20

주변만류에도 바이오시밀러 과감도전 서회장의 결단
대규모 생산설비 선투자 후 고객확보 '청개구리 전략'
초기부터 국내 건너뛰고 유럽, 미국등 해외서 승부
세계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주도권 확보

[이데일리 류성 기자] 10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제약업계를 단기간에 석권한 셀트리온의 업적은 그야말로 기존 업체들에게는 ‘경종’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신약개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지만 ‘만시지탄’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1세기라는 국내 산업에서 가장 오랜 업력을 지닌 제약산업이지만 그간 국내시장에 머물면서 복제약에만 안주해온 결과 여전히 ‘마이너 리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신흥강자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라는 차별화된 의약품을 무기로 사업초기부터 해외시장을 정조준하면서 20년만에 국내 제약업계를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셀트리온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세간의 우려 속에서도 국내 제약사 최초로 단일품목으로 조 단위 매출을 낼 수 있는 의약품의 상업화에 성공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는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주요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앞세워 유럽, 미국 등에서 오리지널의약품은 물론 경쟁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을 압도하면서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기준 유럽시장에서 셀트리온 주요제품의 시장점유율은 램시마 60%, 트룩시마 39%, 허쥬마 19%로 시장 선두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늘날 국내 대표적 제약사로 자리매김한 셀트리온이 있기까지는 창업자인 서정진 회장의 선견지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는 업계에서도 이견이 거의 없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존 제약사들이 주저하는 사이 서정진 회장은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하고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뛰어드는 결단을 내린게 성공으로 이어졌다”면서 “셀트리온의 프론티어 정신은 아직도 현실에 안주하면서 도전을 주저하는 전통적 제약사들에게 값진 교훈을 주고있다”고 평가했다.

◇ 주변 만류에도 바이오시밀러에 뛰어든 서정진회장의 결단과 혜안이 주효

대우자동차 출신인 서회장이 생소한 분야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들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실로 우연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 2001년 세계 바이오산업의 중심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간염 백신개발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석학들을 만나 생명공학과 바이오산업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머지않아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기시점이 도래한다는 점을 간파,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가치에 주목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인천 송도신도시에 9만 2958㎡의 공장 부지를 매입하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터전을 닦았다.

그가 20년 전 확신한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미래는 이제 현실이 됐다. 실제 식약처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 전망’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휴미라·엔브렐·레미케이드·맙테라·뉴라스타·허셉틴·고날에프·란투스 등 모두 8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권이 종료되는데 이들 8개 제품 시장가치는 약 460억 달러(한화 5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사업초기 서회장에게 글로벌 제약기업들과 바이오산업 전문가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사업을 벌여서는 안된다”면서 극구 만류했다고 한다. 이런 주변의 반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사업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행으로 옮기는 서회장의 추진력이 빛을 본 것이다.

셀트리온이 단기간에 급성장을 하게 된 핵심 비결 가운데 하나가 ‘역발상 수익모델’ 전략이다. 기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후 생산 판매라는 전통적 수익모델을 고집하고 있는 사이 셀트리온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약하나 없이 생산기반을 먼저 구축하고 의약품을 개발하는 청개구리 전략을 폈다.

셀트리온 송도 본사 전경. 셀트리온 제공
◇ 생산시설 구축하고 의약품 개발하는 ‘청개구리 전략’이 효과발휘

실제 셀트리온은 사업초기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사업기반을 구축하고 다른 회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면서 안정적 수익모델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은 이를 통해 현금창출 능력을 갖추게 나서야 자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드는 사업 순서를 택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셀트리온이 사업초기 큰 위험을 안고 대규모 시설투자를 한 것이 결과적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데 주효했다”면서 “셀트리온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이 특징인 제약산업에서 아직도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저위험 저수익)을 지향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가 벤치마킹을 해야 할 성공사례 ”라고 평가했다.

초기부터 과감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전략도 셀트리온의 성공비결로 손꼽힌다. 사업초기부터 공장 생산규모를 세계 최대 수준으로 설정하고 실행하면서 경쟁사들을 따돌렸다. 사업초기부터 시장 수요를 확보하기 전 대규모 생산설비를 먼저 구축하면서 고객을 발굴해 나가는 전략을 편 것이다. 먼저 수요를 확보하고 나서 생산설비 신·증설에 나서는 경쟁사들과는 대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면서 초기 시장을 장악할수 있었다.

현재 셀트리온의 첨단 단백질 의약품 생산설비 규모는 송도 1공장 10만리터, 2공장 9만리터 등 모두 19만 리터에 달한다. 세계 최대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또다시 제3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경쟁사들과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도 셀트리온이 짧은 기간에 글로벌 바이오업체로 도약하는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개발하고 미국식약처(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아낸 것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른바 선점효과다. 셀트리온의 등장으로 기존 바이오 산업은 미국,유럽,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의 전유물이라는 세간의 인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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