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탄핵정국 속 유례없는 야·야 대결이 예고됐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이 있는 자유한국당에게마저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1차 책임이 있는 안 후보는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은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사실상 정계 은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출구조사가 발표된 이후 오후 10시35분경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패배를 승복했다. 이어 그는 향후 거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일(10일) 밝히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당장 정계은퇴를 밝히지 않더라도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 또한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안철수’라는 당의 간판이 사라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당의 중심축이 무너지면, 작은 외풍에도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당의 ‘안방’인 호남에서 패배한 것은 다른 어떤 지역에서의 패배보다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호남 자민련’이라는 조롱 속에서도 ‘야권의 적통’으로 맞섰다. 하지만 이마저 무너져버리면서 이제 당의 존폐를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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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재편이 일어날 경우, 당이 쪼그라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야권연대의 필요성이 거론되어 왔다. 이번 대선결과 당 내부에서는 제기되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 요구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 또한 본격적으로 국민의당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다당제 등 안 후보가 추진했던 정치 개혁 실험이 실패로 돌아갈 우려가 크다. 안 후보는 2015년 12월 민주당을 탈당해 기득권 양당구조를 타파하겠다며,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어 작년 4·13총선을 통해 의석수 37석을 확보하며 3당체제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이번 대선에서 크게 선전하면서 보수세력 결집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다시 양당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당을 재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개헌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나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탄핵정국 이후 개헌추진세력이 대거 국민의당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이 크게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