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관계자는 “계열사 사장단 인사 발표가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고 배구단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미묘한 시점에 공식 일정을 갖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정 사장이 이순우 신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사의를 표명할 때만 해도 다른 계열사 사장들과 마찬가지로 재신임을 묻기 위한 절차일 뿐 사장에 인선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임 가능성이 높았다. 정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결심한 시기도 이 맘때 즈음이었다.
하지만 이순우 회장이 최근 민영화를 위한 조직 슬림화 과정에서 우리카드가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배구단을 운영할 여력은 없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 회장이 이팔성 전 회장 시절 결정된 사안을 뒤집으며 당장 선수들이 한 달 앞으로 대회에 출전 조차 못할 위기에 놓이자 날벼락을 맞은 배구업계는 우리카드에 모든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우리카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지주사 내 다른 계열사에 배구단을 넘겨주는 것 뿐이지만 회장이 반대한 배구단을 나서서 인수할 리 없기 때문에 우리금융이 배구단을 계속 운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6일 오전까지 우리카드에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청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갑작스런 배구단 인수 포기 발표가 이팔성 전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정 사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또 인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발표한 것이 이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우리카드가 계약을 파기하면 법에 따라 당초 우리카드가 내기로 했던 40억원의 1.5배인 60억원의 위약금을 내야한다. 또 최악의 경우 강만수 우리카드 배구단 감독과 코칭스테프 및 선수와 소송을 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구단 문제가 스포츠업계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우리카드 영업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