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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 체계의 공백이 가장 뚜렷하다. 2026년 8월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초고령사회 대응 보건·복지 서비스 전달체계 중장기 재편 전략)는 법 시행 이후에도 의료는 건강보험, 장기요양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역돌봄과 복지사업은 국고보조금과 지방비로 재원 구조가 여전히 나뉘어 있다고 지적한다. 같은 고령자를 지원하더라도 서비스마다 신청 창구와 자격 기준, 책임 기관이 다르고 읍면동·보건소·의료기관·장기요양기관·복지관을 아우르는 공식 조정 주체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결국 기관 간 연계는 담당자 개인의 경험과 비공식 관계망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물론 모든 지역이 같은 속도로 뒤처져 있는 것은 아니다. 시행 100일 시점(6월 26일 기준) 집계에 따르면 4만 6215명이 신청해 3만 7304명이 서비스를 연계받았다. 그러나 지역 편차는 뚜렷하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1만 명당 신청자 수는 전남광주가 93.3명으로 가장 많았던 반면 울산은 21.0명에 그쳐 4배 넘게 차이가 났다.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은 제도가 시행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다시 말해 통합돌봄은 지금 ‘전국적으로 미비한’ 것이 아니라 ‘단체장의 적극 행정 의지와 지역 홍보 역량에 따라 도달 여부가 갈리는’ 상태에 가깝다. 어디에 사느냐, 그리고 그 지자체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느냐에 따라 같은 법이 전혀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왜 이런 간극이 생기는가. 법률 조문을 보면 그 이유가 보인다. 지역계획 수립(제6조)이나 대상자 판정 같은 절차는 지자체의 ‘의무’로 규정돼 있지만 정작 통합지원 정책의 수립·시행은 ‘노력해야 한다’(제4조의2)는 노력 의무에, 통합지원을 담당할 전담조직 설치는 ‘둘 수 있다’(제21조)는 재량 조항에 맡겨져 있다. 조정할 조직을 둘지 말지가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데 그 조직을 움직일 재정과 인력이 자동으로 따라올 리 없다. 정책은 중앙에서 설계됐지만 그 정책을 전국 어디서나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로 옮길 수 있는 표준화된 전달체계는 함께 설계되지 않았다. 지자체에 넘겨진 것은 돌봄의 책임과 대상뿐 그것을 실행할 틀은 아니었다. 그 결과 준비된 지자체는 스스로 문법을 만들어 대응했고 그렇지 못한 지자체는 그대로 멈춰 섰다.
재정 역시 이 간극을 메우지 못했다. 2026년 통합돌봄 예산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995억원을 증액해 의결했던 1771억원의 절반 수준인 914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준비된 지자체와 그렇지 못한 지자체 사이의 격차는 결국 이 재정 배분의 격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국회미래연구원은 해외사례를 토대로 시군구 단위 통합 거점과 전담 조정 인력, 공통 정보체계를 갖출 것을 제언한다. 일찍이 통합돌봄 체계를 갖춘 일본이 지역포괄지원센터와 케어매니저를 둬 의료·개호·예방·생활지원·주거를 한 사람이 조정하도록 설계한 것도 같은 방향이다. 독일은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재원이 여전히 분리돼 있음에도 지역 돌봄지원센터를 단일 창구로 삼아 재원 통합 없이도 이용자가 한 곳에서 상담과 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재원부터 합치기 어렵다면 창구와 조정 기능만이라도 먼저 하나로 묶는 것이 현실적인 경로라는 뜻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전담조직 설치를 재량이 아닌 의무로 전환해 조정 기능을 제도 안에 명시하는 것. 둘째, 통합지원 조직 구성부터 절차 운영까지 전 과정에 대한 재정 지원 기전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 셋째, 의료·요양·복지 세 시스템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통 정보체계를 마련해 연계가 담당자 개인의 역량과 준비된 지자체의 여력에만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일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다르다. 사회복지행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 있다. 통합돌봄이 먼저 준비한 지역만의 특권으로 남지 않으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법이 아니라 이미 만든 법을 실제로 작동할 사람과 돈, 그리고 그 둘을 이어줄 행정의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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