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장치 없이 마이크 하나 들고 무대에 올라 관객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계의 ‘고학력 찐따’ 원소윤 씨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제가 서울대에도 들어갔는데 클럽엔 못 들어간대요”는 한마디로 좌중을 폭소케 한 그는 최근 자전적 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를 출간하며 작가로도 데뷔했다.
서울대 출신 코미디언. 소설가이자 코미디언. 죽음과 종교를 유머 소재로 삼는 코미디언.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키워드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원씨는 ‘호모퀘스천스:세상에 질문하라’를 주제로 21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리는 올해 이데일리 W페스타 ‘경계를 허문 사람들’ 세션에 패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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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극 형태에 가까운 스탠드업 코미디언도 소설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직업이라고 했다. 원씨는 “한국 코미디가 콩트와 개인기에 강해서 두 직업이 어울리지 않는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며 “말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소설을 쓰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출판사 편집자로도 일했었다. 다만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많다는 점에서 소설 집필과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호한다고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소위 ‘유명세’를 떨치면서 원씨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데,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며 진로 고민을 털어놓는 젊은 팬들도 많다고 한다. 그는 “제가 여러 가지 도전을 많이 하는 사람처럼 비치는 것 같다”며 “매번 하기 싫은 것은 그만두고 좋아하는 것만 계속하다 보니 그 감각이 예리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대는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그 과업을 수행한 셈”이라며 “내가 싫어하는 것, 너무 싫어서 도저히 못 하겠는 것부터 지우는 소거법으로 접근하면 결국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혼을 앞둔 원씨는 임신·출산·양육을 소재로 한 코미디도 다뤄보고 싶다고 한다. 그는 “가족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코미디 소재”라며 “생애 주기에 맞는 코미디는 저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 코미디로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챗GPT는 아직은 깔깔 유머집 수준”이라면서도 “‘어린 왕자와 나치의 공통점은?’과 같은 의외의 질문을 하는 방법으로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없을지 관심이 참 많은데 정작 AI는 인간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을 것 같다”며 “우리만 AI와 경쟁 중인 것 같다. AI는 제 갈 길을 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