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 뺏긴 아이들 유아 때부터 사교육 시작
보건복지부가 6일 공개한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9~17세 아동의 비만율은 14.3%로 2018년(3.4%) 대비 약 4.2배 높아졌다. 연관된 지표로 아동의 신체건강과 관련된 생활행동을 조사한 결과, 고강도 운동 실천율은 48.1%로 5년 전(38.2%)보다 다소 개선됐으나, 수면시간(8.29→7.93시간)과 주중 앉아 있는 시간(524→636분)은 악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아동이 증가했다.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받는 아동은 1.2%로 2018년(0.9%)에 비해 증가했고, 1년 중 2주 동안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심각한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4.9%)하거나 자살 생각을 한 아동(2.0%)도 있었다. 아동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양육자의 우울 수준은 4.19점에서 6.61점으로 증가했다.
사교육 시간을 살펴보면 수학(주당 244.13분 → 주당 250.02분), 영어(주당 247.90분 → 주당 235.86분)는 각각 1순위, 2순위로 나타났다. 평균 사교육비용은 2018년 31만 6600원에서 2023년 50만 300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9~17세 아동은 방과 후에 친구들하고 놀기(희망 42.9%)를 원하지만 실제(18.6%)로는 같이 못 놀고 있었다. 학원·과외(희망 25.2% vs 실제 54.0%)와 집에서 숙제하기(희망 18.4% vs 실제 35.2%)를 원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많이 하고 있었다. 이는 2018년에 비해 더 차이가 커진 것이다.
0~8세 아동의 여가 시간 동안 전자기기 사용의 정도가 증가했다. 스마트폰, 컴퓨터, 태블릿을 1시간 이상 사용하는 비율이 주중 27.5%, 주말 36.9%로 2018년(주중 19.7%, 주말 24.2%)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반면, 그 외 매체인 TV 시청과 책읽기 활동은 주중과 주말 모두 감소했다.
특히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경우 0-8세 아동(1시간 이상 매체 이용)과 9-17세 아동(방과 후 활동) 모두 이용이 증가한 반면, TV 시청은 이용이 감소했다.
◇ 주양육자는 엄마…체벌 ‘뚝’
아동의 가족관계와 또래 관계 모두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아동과 주양육자 간 관계(26.42점/30점), 가족 간 정서적 친밀성 및 존중 정도(가족건강성, 3.98점/5점)는 각각 2018년에 비해 개선됐다. 다만, 다른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정도(가족의 사회자본)는 경제·정서·생활·정보제공 등 모든 측면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양육자의 90.4%가 어머니였다. 양육문제 주결정에 대해 ‘서로합의한다’는 비율은 63.4%로 2018년(62.8%) 대비 증가했다. 0~5세 아동의 보육·교육 기관 이용 후 보호자는 90% 이상 부모였다. 2018년 대비 조부모(7.4→8.5%)와 육아도우미(0.1→0.7%)의 비율이 증가했다.
부모가 훈육할 때 체벌이나 제재적 방식을 덜 사용하는 추세였다. 부모의 체벌 필요인식을 조사한 결과, 필요하다는 비율이 2018년 39.3%에서 2023년 22.7%로 크게 감소했다. 훈육방식으로 제재적 방식을 사용하는 비율도 감소했다.
현수엽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비만, 정신건강 고위험군 등 일부 악화된 지표가 있다”며 “아이들의 신체활동과 놀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준다”라고 짚었다. 이어 “이번 실태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5~2029)’을 수립해 아동의 삶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동종합실태조사는 2013년부터 시작돼 5년마다 실시하는 3번째 조사다. 앞으로는 시의성 있는 아동복지정책 수립을 위해 조사 주기를 3년으로 단축한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문 조사원이 전국에 18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는 아동가구 5753가구(빈곤가구 1000가구 포함)를 직접 방문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