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국내 보유주식의 보유목적을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하고 공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제가 있는 기업의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해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하면 다시 단순투자로 바꾸는 식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장에선 국민연금의 보유목적 변경을 수탁자책임활동 정도를 가늠하는 시그널로 이해한다.
만약 한진칼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로 바꾼다면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해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정도의 기본적인 수탁자책임활동만 할 수 있다. 일반투자는 기본적인 자료 제출 요구와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청구권 행사 등 비교적 높은 단계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한진칼 주주 구성은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 20.79% △KCGI 17.27% △반도건설 16.89% △델타항공 13.10% △산업은행 10.50% 등이었으나 지난달 호반건설이 KCGI 보유 지분(당시 17.43%)을 사들이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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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민연금이 한진칼 보유목적 변경 논의에 나섰던 것은 국민연금의 한진칼 보유 비중이 점진적으로 줄어든 상황이었던 데다가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서 중립성 논란 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연금의 한진칼 지분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경영참여 목적이 사실상 효력이 없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번에도 보유지분이 5% 미만인 상황에서 경영참여 목적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국민연금의 한진칼 보유 지분은 다시 꾸준히 늘어 4%대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금 한진칼 보유비중이 미미한 만큼 보유목적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며 “다만 다시 소폭 늘어나서 경영참여 목적을 유지해야 한단 의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