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여사는 지난 3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전날 퇴원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이 쓰러진 그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세상을 떴다. 배 여사의 사망 원인은 명확하지 않아 부검이 필요하다고 조선대 병원 측은 설명했다. 배 여사의 앞으로의 절차는 타 지역에 있는 가족이 모두 병원에 도착하는 대로 부검 여부와 장례 절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여사는 아들 이한열 열사가 1987년6월9일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지자 아들의 뒤를 이어 민주화운동에 일생을 바쳤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해 민주화 시위·집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항상 참석하곤 했다. 배 여사는 1998년부터 유가협 회장을 맡아 422일간 국회 앞 천막 농성을 벌여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고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고 이소선 여사와 고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 박정기 씨 등과 함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지난 2019년에는 용산 참사 소식을 듣고 달려가 용산범대위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배 여사는 이러한 민주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 6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그해 6월 10일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오늘 우리 민주주의가 이만큼 오기까지 많은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며 배 여사를 비롯한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친수했다.
배 여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각층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계룡산 자락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아니 우리 시대 모두의 어머니셨던 배은심 여사님의 부음을 마주한다. 이른 아침, 산사(山寺)를 휘감는 겨울바람이 슬픔을 더한다”고 애도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 또한 “배은심 여사가 생을 마감하셨다는 소식을 새벽에 들었다”며 “너무나 황망하다. 아들이, 민주를 위해 목숨을 던진 열사들이 민주 유공자가 되는 것을 그렇게 소원했는데”라고 했다. 고인과 민주화 현장을 누빈 문정현 신부도 페이스북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졌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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